꼬꼬마 시절, 어린 눈에 마냥 커 보였던 부모님, 선생님, 삼촌, 이모. 맛있는 과자도 예쁜 인형도 멋있는 장난감도 흔쾌히 사주던 ‘어른’. 어린 나는 엄두도 못 냈던 운전도, 요리도, 회사업무도 너끈히 해내는 ‘어른’.
나도 빨리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때의 어른과 같은 나이가 된 지금, 아직도 ‘어른’이 왜 이리 어색한 걸까요.
아직 ‘미숙한’ 나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어른만 한’ 지금. 이렇게 질문을 해봅니다. 당신은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있나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위로를 받는 영상들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삶의 위로는 그 모든 과정을 겪어온 ‘찐’ 어른만의 영역이라 여겼던 생각들을 날려버렸죠. 마음이 뭉클하고 찡해오는 위로를 건넨 이는 바로 ‘어린이’였습니다.
‘ODG’는 주로 유·초등생들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인데요. 성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캐주얼 의상을 판매하는 패션스토어에서 탄생했습니다. 판매 의상을 입은 어린이가 등장해 어린이의 마음으로 들어보는 세상과 어른의 이야기를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게재한 건데요. 순수한 아이들의 생각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약 23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가 출현해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다소 황당한 설정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방법대로 해결하는 방식을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건네는 한 마디에 위로를 받는데요. 갓 데뷔한 신인 그룹을 만난 한 어린이에게 궁금한 점이 있냐고 물어보자 “얼마나 힘들었어요?”라는 질문을 건넵니다.
“어떤 팀인가요?”, “곡 소개를 해 주세요”. “닮고 싶은 선배는?” 이 신인 그룹이 데뷔하면서 기자들과 여러 관계자에게 그간 들었던 질문들이겠죠. 항상 팀 소개와 포부만을 밝히던 신인 그룹의 표정이 묘해지는데요.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 그 땀을 알아주는 질문이었죠.
이 간단한 질문이 주는 울림은 컸는데요.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 또한 먹먹해졌습니다. 남이 볼 땐 별 볼 일 없는 위치라도, 단순한 성적이어도, 지켜내기 위해 올라가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모두의 지난날을 위로한 한 마디였죠.
그룹 ‘샤이니’의 커리어를 리뷰한 아이들의 반응도 뜨거웠는데요. 데뷔 14년 차 아이돌의 활동을 모두 지켜본 아이들. 다 훑어본 소감을 묻자 아이들은 “노력하신 것 같아요, 멋졌어요”라고 답하는데요. 이들의 가창력과 춤이 노련해졌다는 평가가 아닌 ‘노력이 멋지다’라고 칭찬하죠. 이를 들은 샤이니의 표정도 뭉클해졌는데요. 한발 한발 내딛기 위해 고생했던 순간을 알아준 진짜 위로가 아니었을까요?
유튜브 채널 ‘Pixid’에 13일 게재된 ‘“너도 29살이야?” 93년생과 짱구 엄마의 대화’도 이와 비슷한데요. 29살인 세 명의 여성이 동갑인 29살의 짱구 엄마 봉미선과 만나는 내용입니다. 어릴 때부터 즐겨봤던 만화 속 짱구 엄마가 자신과 동갑이라는 사실에 많이 놀라죠. (짱구 엄마 성우 강희선 씨와의 대화) 하지만 놀람도 잠시 이내 서로의 고민을 주고받습니다.
만화 시청을 할 때 자신은 짱구와 같은 어린이였고, 짱구 엄마는 우리네 엄마와 같은 잔소리쟁이였는데요. 그런 짱구 엄마에게 같은 나이에 아이 둘을 키우며 겪어온 이야기를 듣고, 현재 자신의 상황도 공유하죠.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짱구 엄마지만 ‘친구’라는 명함으로 이들은 속 깊은 위로를 받는데요. 아이 엄마지만 동갑 친구가 주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는 말로 29살에게 닥친 ‘불안감’을 씻어줍니다.
아이도, 만화 속 인물도 그간 내가 생각해왔던 위로를 주는 존재는 아니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이들이 주는 ‘토닥임’은 가슴 찡한 감동이었습니다.
현 시대에서 누구나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 불안감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고생한다는 질병 ‘불면증’도 이 불안감에서 왔죠.
불면증을 도와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다는 거 아시나요? 구독자 27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따듯한 목소리 현준’입니다. 낮고도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잠들지 못한 이들의 밤을 채워주는데요.
현준은 동화책과 수필 등을 읽어주며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편히 잠이 들라는 위로를 건네줍니다. 마치 어린 시절 자기 전 동화책을 읽어 준 부모님처럼 말이죠.
오랜 기간 불면증을 앓아온 가수 아이유의 곡에도 비슷한 위로가 담겨있는데요. 아이유는 얘기를 나누던 지인들이 밤이 되면 하나둘씩 잠들어 버리는 순간이 외로웠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런 아이유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최고의 인사가 “잘 자”라는 말이라고요. 그 “잘 자”라는 따뜻한 말의 밤인사가 담긴 노래가 ‘밤편지’입니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이들의 말이 목소리가 가슴 찡한 울림을 주는 건, 우리가 그간 놓쳤던 ‘내 감정’을 알아주기 때문이겠죠. 오늘은 내가 나 자신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면 어떨까요? “네가 애쓴 모든 수고, 그 누구보다 내가 다 알아”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