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신고 후 며칠 뒤 극단적 선택
10여 년간 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 50대 남성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던 20대 여성은 신고 후 며칠 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의 성범죄는 피해자 A 씨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부터 시작됐다. 친부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A 씨는 수사기관에 이를 알리지 못하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지난달 5일 새벽 서울 성동경찰서를 찾았다.
이후 A 씨는 경찰이 마련한 임시 곳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다 사흘 뒤인 같은 달 8일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진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B 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피해자가 진술 조서도 작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해 혐의 입증이 어려웠으나, 보강수사를 이어가며 직·간접적 증거들을 다수 확보한 끝에 결국 친부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경찰은 A씨가 생전 남긴 SNS 글을 비롯해 혐의를 입증할 정황을 다수 파악했고,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보강수사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이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달 초 가해자 B 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한 죄를 의미한다.
당국은 어릴 때 어머니와 헤어지고 B 씨를 유일한 가족으로 의지하며 지낸 탓에 A씨가 보호자이자 양육자인 B 씨에게 모순된 감정을 동시에 느꼈고, 성적 자기방어를 전혀 할 수 없는 심리상태였음을 폭넓게 고려해 혐의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피해자는 2019년께 '아빠가 죄책감 느끼는 게 싫어 아무 말도 못 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빠가, 아빠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다' 등의 심경을 담은 글을 SNS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해자 B 씨는 검찰에서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첫 재판은 다음 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