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재테크] 급증하는 연금 상품, 직장인 이해력은 ‘낙제점’

입력 2021-04-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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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 각 부문 연금이해력 평균 점수(자료제공=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우리나라 공·사적연금의 양적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금가입자의 질적 성장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어 금융교육 등의 해결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현명한 금융생활을 위해 금융이해력이 필요하듯 연금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노후를 대비하려면 연금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연금이해력’이 갖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금가입자의 연금이해력을 파악하기 위한 측정 문항을 개발, 전국의 30~59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 분석 한 결과 연금이해력이 400점 만점에 190.5점(100점 만점 기준 47.6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은퇴 시기가 가까워진 50대의 평균 점수가 198.1점(이하 400점 만점 기준)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30대는 187.8점, 40대는 185.9점이었다. 다만 남성(192.0)과 여성(189.0) 간에는 유의미한 격차가 없었다.

연금이해력(Pension Literacy)은 연금에 대한 지식 및 이해도를 의미한다. 이는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 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금융이해력은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금융 관련 개념에 대한 지식, 효과적인 재무 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수학적 기술이나 산술능력’을 뜻한다.

OECD 산하 경제 및 금융 교육에 관한 글로벌협력기구(INFE)는 금융이해력의 측정과 그에 근거한 교육실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표준화된 금융이해력 측정 문항을 개발하고 조사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2년에 한번씩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금이해력’은 노후소득 창출에 주된 목적이 있는 ‘연금’에 초점을 맞춰 금융이해력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연금은 공적연금(국민연금 등)과 사적연금(퇴직연금, 연금저축 등)은 물론이고 연금보험, 주택연금 등 연금으로 통칭되는 금융상품까지 그 범위가 방대하다.

응답자 중 연금저축, 연금보험, 개인형 퇴직연금(IRP) 중 두 종류 이상의 연금계좌에 가입한 사람은 40.7%였다. 이들의 평균 연금이해력은 201.7점으로, 전체 평균 대비 확연히 높았다.

연금제도별 이해 수준을 살펴보면 연금저축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IRP(개인형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두 종류 이상의 사적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의 연금이해력이 높았다. 연금 저축, 연금보험, IRP 중 두 종류 이상 연금에 가입한 이들이 설문 참여 인원 전체의 40.7%를 차지했다. 이들의 연금이해력 총점이 201.7점(전체 평균 190.5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어떤 연금상품에도 가입하지 않은 미가입자 179명은 평균 176.4점을 받아 점수가 가장 낮았다. 한 종류의 연금만 가입한 사람들은 중간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연금보험만 가입한 이들(51명)의 점수는 평균 193.5점, IRP만 가입한 사람들(155명)은 185점, 연금저축만 가입한 사람들(208명)은 184.1점이었다. 여러 종류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의 이해력이 높은 것은 이들이 다수의 연금을 비교, 선택 가입해 운용한 경험 속에 정보와 지식이 쌓였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정나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연구원은 “고령화와 저금리의 진전에 따라 연금자산 축적은 물론 운용 및 인출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조사 결과 연금의 운용·인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다양한 연금을 아울러 활용하는 능력도 부족했다”며 “연금시장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개인의 연금이해력 제고와 더불어 디폴트옵션과 같은 넛지를 통해 연금이 효과적으로 운용되도록 지원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명연장으로 인해 연금수급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공적연금의 연금액이 물가에 따라 조정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응답자들이 물가에 따라 연금액이 조정되는 연금과 그렇지 않은 연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에 연동되지 않는 연금으로 공적연금 중 하나를 선택(22.7%)하거나 ‘모르겠다’(37.9%)고 응답한 비율이 60.6%에 달해, 정답을 맞힌 비율(39.4%)보다 상당히 높았다. 5명 중 3명은 공적연금의 연금액이 물가에 따라 매년 조정 지급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여러 연금 중 공적연금과 아닌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37.6%) 및 40대(34.8%)보다 50대(46.1%)의 정답률이 비교적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의 정답률(41.5%)이 여성(37.2%) 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관계자는 “효과적인 연금자산 운용을 위해서는 연금이해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세제 혜택이라는 좁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노후자산관리라는 프레임으로 연금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금이해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금 이해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연금자산을 합리적으로 적립·운용할 수 있는 보완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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