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중국 전기차 시장, 배터리 자급 움직임, 전기차 전용 모델 등장 등 영향
지난해 주춤했던 각형 배터리가 다시 부상하는 것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막대한 중국 전기차 시장 △완성차 배터리 자급 움직임 △전기차 전용 모델 등장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수요를 고려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의 1위 자리는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38.6%로 유럽(32.1%), 미국 (20.8%)을 제치고 1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CATL이나 BYD 등 중국의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 공급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원활히 영업하기 위해서는 각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최근 각형 배터리 확대 전략을 공개한 폭스바겐도 전체 매출이 40%가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완성차 업체의 자체 배터리 생산 확대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럽에서는 대륙 차원에서 독립적인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를 만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던 폭스바겐이 배터리 자립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등 해외 배터리 기업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유럽 대륙에서의 자체 생산을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배터리 업체는 노스볼트다. 폭스바겐은 이 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을 고려하면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완성체 업체들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자체 수급을 추진한다면 아무래도 중국 업체들의 방향성에 맞추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점 또한 각형 배터리의 재부상에 한몫한다.
지금까지 전기차는 대체로 기존 내연차를 개조해 만드는 식이었다. 공간 구성이 내연차 기준이었던 만큼 자동차에 배터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담느냐가 관건이었다.
자연스레 공간 활용도가 강점인 파우치형 배터리에 관한 관심이 늘어났다.
그랬던 것이 최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각자 ‘전기차 전용 모델’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조형 전기차와 다르게 전용 모델은 애초에 배터리 공간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기 때문에 공간 효율성이 예전만큼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에너지 밀도가 낮은 각형 배터리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기술이 등장하면서 각형 배터리의 장점이 두드러졌다.
최근 원통형 배터리만 고집했던 테슬라가 각형을 추가로 선택한 것 또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K배터리들도 각형 배터리에 대한 투자와 R&D(연구ㆍ개발)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각형 배터리를 만드는 곳은 삼성SDI뿐이다.
삼성SDI는 최근 약 1조 원을 투자해 헝가리 공장의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증설을 마치면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기존 약 30GWh(기가와트시)에서 최대 50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각형 배터리 브랜드화도 추진한다. 최근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PO)에 4종의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각형 배터리 사업에 관해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 연구소는 최근 주력으로 삼은 ‘파우치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각형’ 배터리 관련 기술 분야 경력직의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특정 분야를 염두에 둔 채용은 아니”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배터리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드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어떤 형태의 배터리가 주력이 될지 알 수 없어서 배터리 업체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