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파파머스크(Papa Musk)'로 불리며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추앙받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배신자 브루투스'로 전락했다. 암호화폐 투자를 유도하며 시세를 끌어올린 테슬라가 올해 1분기 실적의 상당 부분을 비트코인 시세 차익에서 충당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머스크는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팔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여론 진화에 나섰으나 후폭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테슬라는 26일(현지 시간) 올 1분기(1∼3월) 순이익이 4억38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비트코인을 팔아 거둔 것이었다. 테슬라가 이 기간 비트코인을 팔아 거둔 수익은 1억100만 달러(약 1123억 원)에 달했다. 당기 순이익의 23%를 비트코인이 떠받친 것이다.
비난 여론은 쏟아졌다. 테슬라의 CEO 머스크가 올 초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상화폐 옹호론을 펴는 등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실제 개당 5만 달러 선에 머물던 비트코인은 2월 테슬라의 발표 이후 약 한 달 만에 6만 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의 스포츠·대중문화 매체 바스툴스포츠의 데이비드 포트노이 대표는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산 뒤 가격을 올리더니 다시 팔아 재산을 챙겼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비트코인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한 투자자는 머스크를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에 빗대기도 했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입증하기 위해 보유 지분의 10%를 팔았지만 나는 팔지 않았다"고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은 냉담한 모습이다.
이에 1분기 '깜짝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주가는 급락했다. 27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4.53% 떨어진 704.74달러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던 것은 맞지만 '비트코인'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은 4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38% 폭증했으나 여기에는 비트코인 판매차익 1억 달러가 포함됐다. 또한 배출가스 크레딧 판매 5억2000만 달러가 반영됐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1분기 중 인식된 비트코인 매도차익 1억달러가 없었다면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기차시장 경쟁 심화와 생산목표 미달성은 리스크요인"이라고 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비트코인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낸 것은 실적의 의미와 지금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해주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기차의 매력이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당분간 제조, 판매 중심의 고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글로벌 각지에서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고, 판매량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