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 점 "국민 품으로"… 가치만 최대 10조 원

입력 2021-04-28 13:48수정 2021-04-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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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산 보존 및 문화 향유권 제고 기대

(사진제공=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발표한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와 역대급 사회환원은 삼성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고인이 남긴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이건희 회장은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토대로 사회환원하는 '이건희 컬렉션'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이 대상이다.

특히 예상을 깨고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를 비롯해 '금동보살삼존상',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미술품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또한, 일각에서 해외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던 서양 유명 근대 미술품까지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고인의 뜻을 살릴 수 있게 됐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문화재청)

국민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를 모아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유출 우려도 제기됐으나 유족들은 국민들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이 보유하던 미술품 대부분을 사회에 기증하는 것"이라며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계에서는 이번에 기증될 문화재와 미술품 등의 가치가 감정가로 2조5000억∼3조 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최대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적인 가치나 금전적인 가치 등 모든 측면에서 전례를 압도한다는 관측이다.

또 국내 문화자산 보호는 물론 미술사 연구와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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