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규제 시행과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는 '부담'
당정이 무주택자와 주거 약자 대상 대출 규제 완화를 꺼내들 태세다. 하지만 대출 규제 완화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가계부채 관리 방안 시행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하더라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대출이 늘면 지난해 집값 급등 상황이 재현될 수 있는 만큼 당정이 규제 완화 정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당 대표가 직접 나서 무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추진 중이다. 송 대표는 지난 4일 “정부가 주택을 공급해도 청년들은 현금이 없으니 살 재간이 없다”며 “LTV 완화를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6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무주택자·청년층 등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를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의 대출 규제 완화 의지는 분명하지만 정작 규제 완화 세부사항은 미궁 속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행을 앞둔 DSR 규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오는 7월부터 DSR 40% 규제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DSR은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액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까지 합산해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대출의 이자 상환액만 고려하는 DTI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청년은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모아둔 돈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처음 주택을 구입할 때는 신용대출 등 받을 수 있는 모든 대출을 끌어 쓴다. 하지만 강화된 DSR 규제가 적용되면 신용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들어 무주택자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은 불가능해진다. LTV가 완화되더라도 DSR 강화 방안을 먼저 손보지 않으면 무주택자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한 정책이다.
또 DSR 규제는 현재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 원 이상 주택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7월부터는 모든 규제지역 내 시가 6억 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 적용된다. KB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 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은 7억564만 원이다. 7월부터 수도권 내 주요 지역 아파트 구매 시에는 무조건 DSR 40% 규제를 적용받게 돼 무주택자들의 주택 선택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또다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시중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483조8738억 원으로 3월 대비 7056억 원 늘었다. 주담대 잔액이 1조 원 이하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와 정부 주도 주택 공급 정책 추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제 막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턱대고 대출 규제를 풀어줄 순 없는 시기인 것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 역시 “대출 규제 완화 여부는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가계대출의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당정의 ‘투 트랙’ 정책, 즉 무주택자 대출 지원과 다주택자 규제 방향은 맞지만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 시행 시기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시행하려면 생애최초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LTV 비율 60~70% 선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고 이마저도 2~3년 내 갚을 수 있는 사람에 한하는 등 세부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