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실적이 미국 인텔과 대만 TSMC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TSMC와 비교해서는 매출은 많았지만 이익이 뒤처졌다. 삼성의 초(超)격차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각사의 1분기 실적에서 삼성의 반도체부문은 매출 19조 원, 영업이익 3조3700억 원이었다. 작년보다 매출은 8% 정도 늘고 이익이 16% 감소했다. 반면 인텔은 매출 197억 달러(약 22조1000억 원), 영업이익 37억 달러(약 4조1000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제자리였고 이익도 절반으로 줄었음에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 반도체는 2017년 2분기 매출·영업이익에서 인텔을 앞섰으나 2019년 1분기부터 다시 밀렸다.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세계 최대업체인 TSMC가 약진했다. 1분기 매출 129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 영업이익 53억6000만 달러(약 6조 원)로 사상 최고 실적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파운드리 전문기업이 갖는 강점이 부각됐다.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유율, 이를 뒷받침하는 초미세 공정의 경쟁력으로 삼성을 제쳤다.
삼성은 메모리의 최강(最强)이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후발 주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인텔과 TSMC에 밀린 이유다. 삼성은 파운드리 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10년간 13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분기에 삼성의 파운드리 세계시장 점유율은 18% 수준으로, TSMC의 50% 이상에 근접조차 못하고 있다. 투자규모에서 비교가 안 된다. TSMC가 최근 밝힌 투자계획은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2조 원)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에서 인텔을 따라잡을 수 없고, 파운드리는 TSMC가 넘기 어려운 벽이 되고 있다. 세계 1위인 메모리마저 갈수록 기술격차가 좁혀지면서 최고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반도체에서부터 불붙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의 자급 노선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 정책이 부딪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국에 대한 규제 강화로 시장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앞으로의 산업구도 자체가 미·중 간 파워게임으로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삼성의 반도체가 흔들리는 엄중한 위기다.
이런 마당에 삼성의 경영 리스크만 가중되고 있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수감이 장기화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의 리더십이 공백을 빚고 있다. 악재가 겹쳐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