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저소득층에 집중됐고, 이로 인해 계층간 가구소득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층이 많은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의 실업이 급증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부터 가장 먼저, 또 크게 피해를 입는 현실이 거듭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보고서의 내용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작년 2~4분기 중 국내 전체 평균 가구소득은 1년 전보다 3.2% 감소했고,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1분위(하위 20%)가 -17.1%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2분위 -5.6%, 3분위 -3.3%, 4분위 -2.7%, 5분위(상위 20%)는 -1.5%였다.
소득 상위계층은 별로 피해를 보지 않은 반면 하위층으로 갈수록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빈부격차 확대가 그 결과다. 중위 수준과 하위 10%의 소득을 비교한 배율은 작년 2∼4분기 5.9배로, 전년의 5.1배보다 차이가 훨씬 커졌다.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더욱 깊어졌다는 얘기다.
결정적 원인은 저소득 계층의 실직(失職)으로 지적된다. 코로나 사태는 대면 산업의 일자리부터 없앴다. 고용이 불안하고 임시·일용직 비중이 큰 숙박·음식업과 판매서비스업 등의 종사자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아 실업이 급증했다. 한은 통계로 2020년 2∼4분기중 대면 일자리 가운데 소득 1분위 가구의 임시·일용직 종사자 비중이 16%로, 전년의 22.5%에서 6.5%포인트나 감소한 데서 알 수 있다. 이 계층에서 비취업가구(실업가구·비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53.9%에서 지난해 62.6%로 증가했다. 핵심 노동연령층(30~54세)이 받은 충격이 더 컸다. 특히 소득 1분위에서 대면 일자리의 자영업자와 여성·유자녀 취업가구 소득감소율은 무려 29.1%, 23.1%에 이르렀다.
한은은 임시·일용직의 소득 감소와 양극화 확대,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심화하고 있는 여성 및 유자녀 가구의 고용충격에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60조 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양극화는 심화했다.
코로나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앞으로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는 기조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퍼붓기식으로는 소득지표는 계속 악화하고 양극화의 부작용만 더 키울 소지가 크다. 필요한 계층에 선별적으로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실질적인 소득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보완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