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월가의 한 법률 사무소를 배경으로 철저히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필경사 바틀비의 삶을 통해 자본주의가 낳은 비인간적 사회 구조를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계급 없는 평등 사회라는 이상과 달리 현실 세계는 폐쇄적인 계급 사회일 뿐이다. 화자는 고용인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고용주이자 자본가 계급의 권익을 옹호하고 그 가치관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필경사 바틀비는 이런 사회의 희생자이며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행하는 노동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고 비참하게 만든다는 작가의 현실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화자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다가 해고당한 후 옛 사무실에서 머물다 부랑자로 교도소에 갇혀 음식을 거부하며 죽은 바틀비의 삶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된 듯하다.
이런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는 19세기 중반 미국 자본주의 사회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소설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인간은 노동을 할 수 있는 권리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최저 생계비를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저소득층에게는 엄청난 사치처럼 여겨진다. 인간의 삶이 노동에 예속됐다고 할 수 없다. 인간은 여전히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바틀비의 이야기는 노동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