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 여파에 Lf 5년5개월만·국채 발행 확대에 L 5년9개월만 각각 최고
돈이 안도는 소위 돈맥경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돈의 유통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통화승수는 석달째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이며, 단기성 상품에만 자금이 몰리면서 광의통화(M2) 증가율도 12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로 인한 공모주청약에 자금이 쏠리면서 M2중 기타금융기관 증가율은 5년7개월만에 가장 컸다. 청약자금 중 일부가 증권금융 예수금으로 잡히면서 금융기관유동성(Lf) 증가율도 5년5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 따른 재원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이 이어지면서 광의유동성(L) 증가율 역시 5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M2는 전년동월대비 11.0% 급증한 331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평잔 원계열 기준). 이는 2009년 3월(11.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M2는 올 1월 10.1% 증가를 기록한 이래 석달연속 두자릿수대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상품별로 보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22.0% 증가한 727조4000억원을, 요구불예금은 32.6% 늘어난 363조5000억원을, 수익증권은 4.1% 확대된 23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7.2% 늘어난 1638조5000억원을, 기업은 18.4% 증가한 973조6000억원을 보였다. 기타금융기관도 15.5% 증가한 526조6000억원을 기록해 2015년 8월(17.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 금융통계팀 정진우 차장은 “기업과 가계 통화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업쪽에서는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수요와 금융지원이 영향을 미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 기타금융기관 증가폭도 컸다”고 전했다.
M2에다 2년이상 장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Lf는 9.3% 증가한 4606조2000억원을 보였다. 여기에 국채 및 지방채 등을 포함한 L은 9.6% 확대된 5840조2000억원(말잔 원계열 기준)이었다. 이는 각각 2015년 10월(10.2%)과 2015년 6월(9.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김지은 과장은 “M2 증가율이 높았던데다 Lf에서는 공모주 청약자금 중 일부가 증권금융예수금으로 잡히면서 늘었다. L은 (정부의) 국채 순발행이 지속되면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월대비로 보면 M2는 1.2% 늘어난 331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평잔 계절조정 기준). 1~2월에도 각각 1.3%씩 늘어 2018년 1월(1.4%) 이후 가장 크게 늘었었다. 본원통화는 3.0% 증가한 233조9000억원을 보였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본격적으로 자금을 풀기 시작했던 지난해 3월(3.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본원통화대비 M2 증가율을 의미하는 통화승수는 2월 14.42배에서 3월 14.17배로 뚝 떨어져 석달연속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정 차장은 “돈이 풀리는 것에 비해서는 돈이 안돈다고 볼수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