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력 수시채용에 갈곳 없는 문과생
오는 7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둔 토스가 1분기에만 세 자릿수의 인원을 채용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는 반면 시중은행 공채는 감감무소식이다. 상반기가 끝나가는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 중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곳은 농협은행 1곳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대규모 공채보다 모집 인원이 적고 디지털 관련 인력만 모집해 ‘문송한(문과라서 죄송한)’ 상황이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하나은행은 이번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공채 진행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5대 은행 중 농협은행만이 이번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면서 일반과 정보기술 분야 등에서 34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했다.
시중은행은 대규모 인원을 채용보다 필요할 때 인력을 선발하는 수시 채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은행 점포 수는 매년 수백 곳이 줄고 있는 데다 비대면 고객이 늘어나면서 영업점 직원의 필요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공채를 줄이는 동시에 디지털 관련 직무 수시채용은 늘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글로벌 플랫폼 IT 기획/개발 △클라우드 서비스ㆍ서버 개발 △프레임워크 서버 개발 등의 분야에서 전문직무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정보통신기술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디지털ㆍ정보통신기술 수시채용을 시작한 신한은행은 연평균 100여 명을 선발해왔다.
하나은행은 앞서 3월 빅데이터 담당자와 디지털 기획 담당자 등 일부 직군에 한해 수시 채용을 진행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달 과거 채용 비리 피해자 구제방안의 일환으로 20명 규모의 특별 수시 채용을 실시했다.
시중은행이 공채를 줄이며 덩치를 줄이는 데 반해 토스는 지난 3월까지 340명을 새로 뽑으며 토스 및 계열사 인원을 1000명으로 늘렸다. 토스는 채용 규모를 늘리며 연말까지 직원 규모를 1500명으로 키울 전망이다. 이번 토스 채용의 특징 중 하나는 입사자가 개발자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신규 입사자 340명 중 개발 관련은 200명이 넘었다. 이직자들의 전 직장 역시 IT 관련 회사가 50%를 차지했다.
토스는 2분기에 90여 개의 개발 직군과 50여 개의 보안ㆍ인사ㆍ재무ㆍ법무 등 직군 등 총 140여 개의 직군을 집중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1900만 명의 유저를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유지하고 나아가 새로운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1월 금융 IT 개발, 서버 개발, 리스크, 비즈니스, 서비스 기획, 준법감시, 감사, 고객 서비스 등 8개 분야에서 세 자릿수 규모로 직원을 채용했다. 3월에도 고객 플랫폼 개발, 서비스 서버 개발, 금융 IT 분야에서 경력 개발자를 채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