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인하로 시장 숨통 틔워야”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급매물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선 계속 보유하고 버티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만연해 매물 잠김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1일부터 양도세 중과세율은 2주택자가 최고 65%, 3주택자 이상은 최고 75%로 늘어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추가로 붙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 최고 세율은 82.5%(75%+7.5%)에 이른다. 조정대상지역 3주택자가 집을 팔아 11억 원의 양도 차익을 얻었다면 2억 원을 채 못 건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부담으로 매매 대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등 증여로 선회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281건으로 전월(6541건) 대비 57.2% 증가했다. 월간 증여 건수가 1만 건을 넘은 것은 지난해 7월(1만4153건) 이후 8개월 만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019건으로 전월(933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 812건 △강동구 307건 △노원구 139건 △강서구 121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강남구 도곡동 A공인 대표는 “그간 80건을 오르내리던 강남구 아파트 증여가 10배 넘게 폭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자녀에게 집을 마련해주거나 고령의 다주택자가 세 부담을 피하려 증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절세 매물 증가로 지난해 말 증가세를 보였던 아파트 거래는 보유세를 버텨보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많아지며 연초부터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2월 7527건에서 올해 4월 2897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여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기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주택자 상당수가 이미 증여를 통해 보유세 부담을 덜었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 양도세 중과 유예만으로 매물 출회를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다주택자 상당수가 주택 소유에 따른 세금 부담보다 향후 집값 상승 때의 시세 차익을 더 크게 보고 있다”면서 “중과 유예 수준으로는 매물 출회를 기대하기 어렵고, 세율 인하가 있어야만 시장에서 만족할 만큼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