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LH 신뢰 회복 숙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취임하면서 전국 83만 가구 주택 공급 추진의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국토부 장관으로 주택공급 확대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 얼마나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노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변창흠 전 장관이 자리를 비운 지 약 한 달여 만이다. 노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이 너무 어렵고 특히 주택가격 상승과 공공부문 투기 의혹 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매우 높아졌다"며 뼈를 깎는 자세로 혁신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 장관이 이날 강조한 건 '서민의 주거안정'이다. 그는 "서민 주거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도심 내 충분한 물량의 주택이 흔들림 없이 공급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2·4 대책 등 주택공급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미 앞서 열렸던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는 2·4대책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부가 2·4 대책에서 발표한 83만 가구 중 지금까지 확보한 물량은 총 21만7100가구다. 목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물량이다. 3개월 새 적잖은 물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주민 동의율 확보가 요구되는 사업이 대부분이어서 이 물량이 얼마나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기다 2·4 대책 속 새로운 주택 공급 방식의 법적 근거가 될 개정안은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땅 투기 의혹에 애초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신규 택지 공개도 제동이 걸려 하반기 이후로 공개가 미뤄진 상태다.
노 장관이 취임 당시 서민의 주거안정을 강조한 건 이런 녹록지 않은 여건을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노 장관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 기존 정책의 매듭짓기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의혹 논란에 추락한 공공부문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노 장관이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시와의 부동산정책 타협점도 찾아야 한다. 2·4 대책 이후 잠잠하던 서울 주택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값이 다시 강세를 보인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시도 정부 협조 없이는 규제 완화나 공약 이행이 불가능하지만, 국토부 역시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이행하기 위해 지자체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양 측 모두 협상 카드를 갖고 있어 힘겨루기만 하기보다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노 장관이 취임식 날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