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권 준다" 사기 분양 잇따라
노후도 못 맞추면 사업 어려워…서울시 '건축행위 제한' 검토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신축 빌라 소유주가 늘어나면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주민 3분의 2 동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동의율이 채워지더라도 노후도를 맞추지 못하면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1구역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영등포구청에 해당 구역 내 빌라 신축을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신길1구역에선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빌라 신축이 많이 이뤄졌다. 건축허가를 받아둔 신축 빌라만도 현재 10여 곳에 달한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권리산정 기준일이나 2ㆍ4 공급 대책 발표일 이후 지어진 주택을 사면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후보지 곳곳에서는 신축 빌라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신축 빌라 소유주들이 많아지면 사업 추진을 위한 '3분의 2' 동의율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현금청산 대상자들이 세력을 형성해 입주권을 요구하며 사업에 반대할 것이란 예상이다.
신길1구역 주민 김모 씨는 “최근 많이 들어선 신축 빌라 때문에 공공재개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축 빌라들 대부분이 업자들의 '사기 분양'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금청산 대상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빌라를 분양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박종덕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사업추진위원회장은 “사기 분양에 당한 매수자들은 공공재개발에 반대할 게 뻔하다”며 “지자체가 (신축 빌라 업자들의) 건축행위 제한 근거를 마련하지 않으면 사업이 좌초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성북구 성북1구역에서도 최근 신축 빌라 건설현장이 부쩍 많아졌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빌라업자들이 과도한 대출을 동원해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등 '빌라 쪼개기'를 하고 있다”며 “성북1구역에서 신축 빌라 400여 채를 분양한 뒤 성북5구역으로 사업지를 옮겨 건물을 새로 올리는 업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불거진 '빌라 신축'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고심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관할구청에 구역 내 신축 빌라 실태 및 건축행위 허가신청 현황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며 "필요할 경우 건축행위 제한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