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전세시장] “들어갈 집이 없다”… 규제 폭탄에 씨 마르는 전세

입력 2021-05-26 05:00수정 2021-05-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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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수급 불균형 심화
서울 정비사업 이주 수요 많은데…신규 입주 2만 가구 가까이 줄 듯
분양가상한제 지역 실거주 강제…재건축 추진 단지 세입자 내보내
정부·여당, 실거주해야 입주권, 법개정 추진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강동구는 올해 봄 서울 전세난을 누그러뜨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상일동 '고덕 자이'(1824가구)와 '고덕강일 14단지'(943가구) 등 중ㆍ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잇따라 입주가 시작되면서 대규모 전셋집이 일시에 공급된 영향이다. 이들 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강동구는 물론 강남구와 송파구 등 이웃 지역까지 전셋값이 일시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이 지역 전세시장 상황도 바뀌고 있다. 가격 안정에 기여했던 대규모 전세 물량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회사 아실에 따르면 두 달 전(3월 25일) 1647건이던 강동구 전세 물건은 25일 1151건으로 30% 넘게 감소했다. 물건이 줄면서 전셋값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월 말 4억 원대에도 구할 수 있던 고덕 자이 전용면적 84㎡형 전세 물건은 이젠 9억 원을 넘어 호가한다.

서울 전셋값 진정시키던 강동서도 다시 전셋값 들썩

아파트 전세시장이 다시 들썩인다. 신축 대단지 덕에 늘어나는 듯 했던 전세 물량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단지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정책 요인도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에 따르면 5월 들어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4주 내리 0.12% 상승하고 있다. 0.20%가 넘었던 연초보다는 낮지만 0.11%대 상승률을 유지하던 3~4월보다는 오름폭이 커졌다. 민간기관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점차 오름폭(0.03%→0.05%→0.06%→0.06%)을 키우고 있다. 보합 내지 안정 흐름을 보이던 3~4월 조사와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 부담은 통계보다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갱신 계약은 (증액 상한선인) 5% 내에서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신규 전세 계약은 그런 장치가 없다"며 "통계적으론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새로 전세 계약을 맺으려면 전셋값 급등으로 전세를 구하기가 어려운 현상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서울에서만 약 7600가구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을 위한 원주민 이주는 주변 전셋값 상승 요인이 된다. 원주민 대부분이 집을 새로 사기보다는 새 아파트가 지어질 때까지 머물 전셋집을 구하는 것을 선호해서다. 반면 부동산114는 올해 입주하는 새 아파트가 2만9656가구로 지난해(4만9078가구)보다 2만 가구 가까이 줄 것으로 예측했다.

수요는 느는데 전세 나올 구멍이 없다

정책 변수도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전·월세 증액 상한제,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제 여파는 올해까지 이어진다. 상일동 G공인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고덕 그라시움 등 2년 전 입주한 대단지에서 전세 물량이 순환될 텐데 지금은 움직임이 거의 없다"며 "올라간 전셋값에 기존 세입자들이 눌러앉고 있다. 가을이 되면 새로 전세 구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 대상을 확대하면서 전세 공급 여력은 점점 줄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초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분양받은 단지에선 최장 5년 간 집주인 실거주를 강제하도록 법규를 바꿨다. 현재 서울에선 425개 동 중 322개 동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 중인데 이들 지역 새 아파트에선 몇 년간 전세가 금지되는 셈이다.

정부·여당은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2년 이상 산 집주인에게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 바람에 아직 조합 설립을 못한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에선 세입자를 내보내고 자신이 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4단지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 모 공인중개사는 "재건축이 금방 된다고 하니 집주인이 들어와 산다는 경우가 많다"며 "6억~7억 원 하던 전용 93㎡짜리 아파트 전셋값이 10억 원까지 올랐다. 내린 게 8억 원"이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금 당장 전세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올해 하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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