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참여로 과거와 다른 양상
가상화폐 변동이 가계 부채 등 실물경제에 영향 줄 수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은 지난주 그야말로 ‘극강의 변동성’을 보였다.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방침에 가상화폐 ‘선구자’를 자처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배신’이 악재로 겹친 영향이었다. 특히 19일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폭락하면서 전체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이 무려 1조 달러(약 1128조 원) 증발하는 ‘검은 수요일’이 연출됐다.
비트코인은 4만 달러 선이 무너졌으며 이후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이날 3만7000달러 선에서 턱걸이했다. 지난달 6만4000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점을 감안하면 몇 주 만에 가격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러한 비트코인 시장의 폭락세가 전통적인 자산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점이다. ‘검은 수요일’ 당시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국채를 비롯해 일부 국채 가격은 올랐고, 달러와 엔화 가치도 급등했다.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유가는 3% 넘게 급락했다.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인 21일에도 “비트코인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류허 중국 부총리 발언으로 가상화폐가 급격히 떨어지자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막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흐름이 2018년 가상화폐 시장 버블 붕괴와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가상화폐 시장은 일반 금융시장과 별개의 ‘투기 시장’으로만 치부되면서 다른 자산에 이렇다 할만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 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와 다른 전통적인 자산 시장과의 상호 작용을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가계 부채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더 나아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펀드 형태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가상화폐가 급락하면 이들 펀드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즉 과거와 달리 지속적인 가상화폐 하락세는 시장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한편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가상화폐의 결제 수단 역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지만, 거래수단은 되지 못해도 금융시장에서 ‘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가 교환매개체로서의 중요성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디지털 금’과 유사한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서 그 특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