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선박 찾으려 외국 선박 어군탐지기로 조사…대법 “영해법 위반”

입력 2021-05-2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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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침몰 선박을 찾기 위해 외국선박의 어군탐지기로 조사한 행위도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 씨는 2015년 1월 허가를 받지 않고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한 선박 위치를 찾기 위해 외국선박에 설치된 어군탐지기 등을 이용해 해저를 조사한 혐의(영해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2월부터 4월까지 허가를 받지 않고 침몰한 선박에 남겨진 고철 등을 인양해 공유수면을 점용·사용한 혐의(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침몰 선박 소유 회사의 고철을 절도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에서는 A 씨가 외국선박의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해저를 조사한 것을 영해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영해법은 외국선박이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영해를 무해통항할 수 있도록 하면서 ‘조사’ 등을 할 경우 당국에 미리 알리도록 규정했다.

1심은 “관계 법령에 따라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바다에 침몰한 선박과 화물을 무단으로 인양하는 절도행위를 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 A 씨는 입출항 신고를 했다는 등 이유로 ‘외국선박의 통항’이 아니며 해저에 방치된 침몰선 위치를 조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평화 등을 해치지 않아 영해법상 ‘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심은 “예외적으로 조사 등 행위의 경우 당국의 허가·승인, 동의를 받음으로써 대한민국의 평화 등을 해치지 않음이 사전에 확인된 때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영해법상 ‘조사’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정보장을 해치는 경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해양의 자연환경과 상태를 파악하고 밝히기 위해 해저면, 하층토, 상부수역 및 인접 대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체의 조사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조사 활동 당시 목적이 그렇지 않다고 해 평화 등을 해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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