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플랫폼 서비스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변호사법 위반이란 주장과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변협이 내린 조치가 “신 산업의 싹을 자르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온라인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과 변협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로톡은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법률 플랫폼이다. 변호사 주력분야, 활동지역 등에 대해 특정 기간 노출되는 월 정액제 광고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낸다.
변협은 이런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로톡 서비스가 결국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소개ㆍ알선하는 ‘브로커’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단 것이다. 변호사법 34조에 따르면 금품·향응 등을 받고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달 초 변협은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개정해 변호사들이 온라인 변호사 광고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금지 플랫폼은 로톡과 네이버 엑스퍼트 등으로 추려졌다. 이에 더해 변협이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방안을 담은 ‘변호사 윤리장전’도 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구체화했다.
로톡은 이런 조치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맞서고 있다. 개정 광고규정에 따르면 로톡을 이용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네이버 검색ㆍ블로그 광고는 허용된다. 유튜브를 통한 광고도 가능하다. 결국, 플랫폼 전체에 대한 규제가 아닌 셈이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이는 특정 서비스에 대한 명백하고 부당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변협의 광고규정으로 변호사들은 직업 수행의 자유와 표현(광고)의 자유 등 본질적 권리를 침해받게 된다”며 “자유 제한을 넘어 개업 변호사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는 4000명 규모다. 이중 지난달 기준 로톡을 이용하는 전체 변호사 회원의 평균 연령은 41세, 평균 연차는 9년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변호사가 많은 데다, 금액 부담도 낮은 수준이다.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변호사 중 약 54.3%가 월정액 광고비 99만 원 이하를 유지하고 있단 것이다.
나아가 스타트업 업계도 변호사 광고규정 개정안이 부당하다고 봤다. 네이버, 유튜브 등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곳으로 변호사들이 몰리는 ‘시장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단 지적이다.
리걸테크(법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 성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변호사 광고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님에도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처분ㆍ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에 가담하는 것도 금지된다. 로톡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법률·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도 불똥이 뛰게 된 셈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이날 성명문을 통해 “대형업체를 통한 온라인 광고는 용인하면서 보다 저렴하고 무료로도 이용 가능한 스타트업 플랫폼만 저격함으로써, 변호사 중 가장 약자인 청년변호사들과 플랫폼 기업 중 가장 약자인 스타트업의 싹부터 도려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률소비자는 자신의 법률문제를 해결할 변호사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변협은 청년변호사와 법률 서비스를 원하는 다수 시민과의 연결을 차단할 권한이 없다”며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와 국회는 법률 서비스 시장의 혁신을 지지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갈등이 불거진 만큼 로톡은 헌법소원 등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헌법소원을 포함한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이에 대응할 방침”이라며 “로톡을 믿고 활동 중인 변호사들에게 조금의 불이익도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변협은 로톡이 아닌 변호사들을 규제하는 만큼 헌법소원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협 관계자는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가 이를 행사해 기본권을 침해할 때 성립한다”며 “변협은 로톡이 아닌 변호사를 규제하고 있어 로톡이 기본권을 침해당하거나 공권력 행사를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갈등 중재를 위해 스타트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법률 서비스가 있어야 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접근성을 높이는 서비스 역시 필요하다”며 “변협과 스타트업 문제인 만큼 법무부 등 유관 부처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갈등과 관련한 중재 요청 등은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