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 층 속도를 내면서 치료제를 생산 중인 셀트리온의 주가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 확산속도가 가파를 때만 해도 코스피 시가총액 5위권까지 올랐지만, 백신 접종이 확산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37조9270억 원으로 코스피 9위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말 5위까지 치고 오른 이후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한미 백신 생산 협력으로 대량 생산의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자가 늘어날수록 치료제 매출은 반비례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백신 1차 누적접종자가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이상으로 집계됐다. 누적 접종자는 1차 540만3854명으로 전 국민 대비 10.5%를 기록했고, 2차 접종률은 4.2%이다. 게다가 미국이 우리 군에 제공하려던 백신의 수는 기존 50만 회 분량에서 100만 회 분량으로 2배까지 늘었다.
셀트리온은 대표적인 공매도 상위 종목으로 이달 3일 공매도 재개 이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측면도 있다. 셀트리온 공매도 물량은 지난달 30일 3763주에 불과했지만, 공매도가 재개된 5월 3일 27만7700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셀트리온 거래량 193만1130주의 14.4%를 차지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4월 30일 26만6000원에서 공매도 재개 첫날에 무려 6.2%(1만6500원) 급락한 24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사흘간 공매도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의 실적을 끌어올릴 파이프라인이 부재한 점이 약점이 꼽힌다. 1분기 생산 효율성 개선으로 영업이익률이 큰 폭의 상승을 이뤘음에도 장기적인 실적 성장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주의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판단하는 만큼 단기 실적 가시성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실적 고성장세를 이끌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셀트리온이 안팎의 주가 상승 방해 요소에 시달리는 사이, 코스피 시총 10위(34조3748억 원)인 기아의 주가는 경기회복과 함께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는 최근 자동차 반도체 부족사태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아가 1분기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음에도 앞으로의 주가 상승 기대감이 큰 이유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우려가 존재하지만, 예상보다 시장 수요 회복이 양호해 재고수준이 낮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수와 미국 시장에서 주요 차종의 안정적인 공급 및 신차 출시를 준비 중이고, 유럽시장에서는 전기차종(EV6) 사전 마케팅을 통한 친환경 차 판매확대를 추진하는 등 시장 반응이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토대로 신차 효과와 수익성 제고 노력이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