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노조 "금감원장, 교수 이론 실험하는 자리 아냐…내부 출신 원장 필요"

입력 2021-05-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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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껍데기는 가라, 교수는 가라’ 성명서 발표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20여 일째 공석인 금감원장 자리에 교수 출신 후보가 유력하게 거론되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금감원 노조는 31일 ‘껍데기는 가라, 교수는 가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께서 금감원을 진정으로 개혁하길 원한다면 ‘교수 출신 원장’이라는 욕심을 꺾길 바란다”면서 “이번에도 교수 중에서 후보를 물색하는 것 같은데, 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노조는 “조직의 수장으로 교수를 겪어보니 정무감각과 책임감을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교수 출신인 윤석헌 전 원장이 재임 시절 대법원 판결 후 소멸시효마저 완성된 키코 사건과 관련해 집중하느라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키웠다는 질책에 책임을 회피했고 조직운영 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것.

노조는 “교수 출신 원장, 부원장들의 막무가내식 일 처리와 권역별 나눠 먹기로 금감원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인사참사로 직원 간 갈등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 출신 부원장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고 지시를 잘 따르는 직원들을 승진시키면서 파벌을 만들었고, 그 결과 금감원 내 권역별 업무갈등은 심해지고 고질적인 권역별 ‘나눠 먹기’가 부활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비관료 원장 실험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하면서 “세상을 책으로 배운 교수가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능력 있는 인사를 금감원장으로 임명하시길 바란다. 금감원이 교수들의 이론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시험대)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내부 출신 금감원장의 배출도 제안했다. 노조는 “금감원이 통합감독기구로서 출범한 지 어느덧 22년째를 맞고 있는데 금감원장은 계속 외부출신이 임명되고 있다”며 “내부출신이 계속 중용되고 있는 한국은행과 비교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어 “금감원에서도 내부 출신 원장이 배출되려면 권역 갈등에서 자유로운 통합 후 세대를 먼저 키워야 하고, 통합 1세대에서 아직 부서장이 한 명도 배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출신 원장은 언감생심”이라면서 “대통령께서 진정 금감원을 배려하신다면 내부 출신 원장이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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