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00여개 이상 중국산 품목에 관세폭탄
미국 상무부, 캐나다산 목재 관세율 상향 예비결정
CEA 위원장 "무역정책, 시장 단기 변동보다 더 큰 이슈"
제조업계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난 공급 병목현상과 관세가 맞물려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폐지를 위한 노력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급등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뒤덮었다. 실제 철광석, 목재, 원유, 자동차 등 모든 제품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300개 이상 미국 제조업체들은 5월 초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철강 관세 25%, 알루미늄 관세 10%의 즉각적인 철폐를 요청했다. 당시 서한에 서명했던 금속가공업체 B.월터앤드컴퍼니의 스콧 부허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이후 철강 공급업체로부터 15차례나 가격 인상을 통보받았다”며 “철강 가격이 하늘을 찌르는 데 관세가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이후 세 배나 뛴 철강 가격을 감당하느라 내 월급도 삭감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국내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일부 철강 제품은 유럽보다 40% 이상 비용을 더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입 제품에 관세 폭탄을 퍼부었다. 2000개 이상의 중국산 품목에 관세를 매겼고 2017년 캐나다산 목재에 최고 24% 관세를 부과했다. 올해 5월 목재 선물 가격은 1000보드피트당 1600달러 이상으로 평소의 4배를 웃도는 상황이다. 주택 건설 현장에서는 목재를 조달하지 못해 작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제조원가 상승을 낳고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돼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며 관세 철폐를 주장하는 제조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로버트 디에츠 전국주택건설협회(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 40명도 4월 바이든 행정부에 2000여 개 항목에 대한 관세 면제 절차 부활을 요청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도입한 해당 절차는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관세 철폐 목소리에도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바꿀 의사가 없어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1일 캐나다산 목재에 부과했던 관세율을 종전의 9%에서 18%로 높이겠다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전 정부가 지난해 말 관세율을 낮췄는데 다시 올리려 하는 것이다. 세실리아 루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현재 목재나 기타 제품 공급난을 완화하고자 관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무역정책은 시장의 단기 변동보다 더 큰 이슈이며 전체 글로벌 정책의 맥락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