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정한 보상' 요구, 교섭 반영될지 관심사…전동화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 주요 이슈로 부상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하계 교섭을 뜻하는 ‘하투(夏鬪)’가 본격화했다. 올해 교섭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투자계획, 정년연장 세 가지로 압축되는데, 모두 간단치 않은 안건이라 노사 간 첨예한 줄다리기가 전망된다.
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완성차 업계 노동조합은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거나 요구안 확정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와 한국지엠(GM) 노사는 지난달 상견례를 갖고 교섭을 시작했고, 기아 노조는 사 측에 단체교섭 요구안을 발송한 상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사 측과의 갈등으로 1년 넘게 지난해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하며 대표노조가 교섭권을 잃었다. 교섭 대표 노조를 확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 임단협 재개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지부는 임금 9만9000원 인상을 공동 요구안에 포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임금을 동결한 만큼,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임금 인상과 함께 현대차 노조는 성과급으로 당기순이익의 30%를,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통상임금 150%에 해당하는 성과급과 코로나19 격려금 400만 원 지급을 요구안에 넣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교섭 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금 동결을 결정했다”라며 “조합원의 희생을 계속 요구할 수 없다. 올해는 사 측도 노조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조합원의 문제의식이 교섭에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현대차그룹 사무ㆍ연구직은 대표노조가 생산직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복수노조인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사무직 노조)’을 설립했다. 기존 노조가 정년 연장이나 성과급 인상에 집중했다면, 사무직 노조는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체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무직 노조는 정의선 회장에 면담을 요청했는데, 현대차그룹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교섭권이 대표노조에 있음을 명확히 함에 따라 대표노조 입장에서는 이번 교섭에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이미 대표 노조도 사무직 노조의 요구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MZ세대와 사무ㆍ연구직 조합원을 어떻게 달래고, 안고 갈 것인지 고민이 많다”라며 “당장 이해할만한 성과급이 주어지도록 하겠다. 연구 직무에 있는 조합원에게 걸맞은 수당이나 인센티브를 도입해 자부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도록 사 측을 압박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금과 성과급뿐 아니라 이번 교섭에서는 국내 투자 계획 확정과 정년연장 등 고용과 관련한 안건도 핵심 의제로 주목받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가 해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거나,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산직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현대차ㆍ기아 노조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미국 투자 계획을 교섭 테이블에 올려 문제 삼을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8조4000억 원(74억 달러)을 미국 시장에 투자하고 현지에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양사 노조는 미국 투자보다 국내 고용 보장을 위한 특별협약을 먼저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발표한 건 5만 조합원과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회사는 노조와 국내공장 우선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래 특별협약부터 체결하고 난 뒤 해외공장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군산공장 폐쇄를 경험한 한국지엠 노조도 부평 1, 2공장과 창원공장의 구체적인 미래발전 계획을 확정해 알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특히, 2022년 하반기 이후의 생산 일정이 잡히지 않은 부평 2공장에 전기차 등 신차를 투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 역시 또 다른 쟁점이다. 금속노조 산하 3사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본격적으로 정년 연장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퇴직 이후 경제적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만큼,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해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회사는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고, 정부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어 노사정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3사 노조는 공동으로 정년 연장 입법화를 추진하기 위해 이달부터 국회를 압박할 계획인데, 사 측은 절대 불가 뜻을 고수하고 있어 교섭에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