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돼" 관광 티켓 벌써 '대흥행'
우주 호텔은 물론 영화 촬영도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다음 달 자신이 설립한 민간 우주 탐사업체 ‘블루 오리진’의 첫 유인 캡슐에 직접 탑승해 우주여행을 떠날 것이라면서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베이조스 CEO는 내달 20일 블루 오리진의 첫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의 유인 캡슐을 타고 남동생 마크와 함께 꿈에 그리던 지구 밖 여행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는 최근 우주 개발의 축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겨지면서 우주가 인류의 최신 유망시장으로 떠오르자 생겨난 변화다. 베이조스 CEO의 블루오리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스페이스X’,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갤럭틱에 이르기까지 많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라는 신(新) 시장 개척을 두고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처음 우주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그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치부됐던 민간 우주여행, 화성 이주 등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인류가 달에 첫 발자국을 찍은 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 관광 시대가 빠른 속도로 성큼 다가오는 것이다.
꿈이 현실화하면서 우주의 상업적 가치도 인정받는 추세다. 캐나다 시장조사기관 캐너코드의 켄 허버트 애널리스트는 우주 관광 시장이 오는 2030년에는 80억 달러(8조92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우주산업 규모도 향후 20년 내 1조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민간 기업 중심의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17년 3240억 달러에서 오는 2040년에는 1조1000억 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미 꿈에 그리던 우주여행이 점차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비단 베이조스 CEO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우주 관광 티켓’을 손에 쥐었거나, 이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최근 7월 20일 발사 예정인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 유인 캡슐의 탑승권을 공개입찰했다. 결과는 ‘대흥행’이었다. 좌석 1개에 대한 1차 입찰에 무려 136개국의 5200여 명이 몰렸으며, 2차 입찰가는 140만 달러에서 시작해 최고 240만 달러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인 버진갤럭틱은 현재까지 승객 600여 명을 대상으로 20만∼25만 달러 가격에 우주 관광 티켓을 판매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8년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 조조(ZOZO) 창업자를 2023년의 달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할 세계 첫 민간인으로 선발했다.
우주 시장을 향한 신(新) 골드러시에 나선 것은 이들 세 기업뿐만이 아니다. 오비털어셈블리는 우주에 호텔을 건설하겠다는 대담한 제안을 내놨다. 2025년 착공을 시작해 2027년 손님을 받겠다는 목표다. ‘보이저 스테이션(Voyager Station)’이라는 이름이 붙은 호텔은 우주 공간에서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빠르게 회전, 지구의 6분의 1 수준인 인공 중력을 만들어 내 인간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최대 400명의 인원이 수용 가능한 이 우주 호텔은 객실은 물론이고 레스토랑, 영화관, 체육관 등 엔터테인먼트와 편의시설까지 갖출 예정이다. 엑시옴스페이스는 내년 1월 이전에 민간 우주 여행객 3명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ISS에서 영화 촬영 소식이 전해지는 등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을 둘러싸고 시장 개척이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5월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ISS에서 영화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클림 시펜코 감독과 율리아 페레실트 주연의 영화를 ISS에서 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