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주택 정책 협력 간담회를 열었다.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주택 정책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건 4월 오 시장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오 시장 취임 후 부동산 시장에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정책 주도권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민간 재건축ㆍ재개발 대안으로 공공 주도 개발을 밀고 있는 국토부와 달리 오 시장은 4월 보궐선거에서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그 첫 일성으로 서울시는 지난달 말 주거정비지수제(노후도ㆍ주민 동의율 등을 평가해 일정 점수가 넘어야 재개발 구역을 지정하는 제도) 폐지 등 민간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이번 만남에서도 재개발ㆍ재건축 규제 절충이 핵심 의제로 올랐다. 노 장관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큰 영향을 고려해 양 기관이 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면밀한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공공 주도 개발과 민간 재개발을 조화시키자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나 공공 주도 정비사업 후보지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민간 재개발 사업에 공모할 수 없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 방식을 놓고 주민 간 혹은 기관 간 갈등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양측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서로 힘을 보태기로 약속했다. 서울시는 공공 주도 재개발 사업 인ㆍ허가 속도를 높이고 캠프킴 등 서울시내 공공택지 조성에도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국토부도 오 시장표 주택 정책 핵심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공공 주도 개발사업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층수 규제 완화(7층까지 지을 수 없는 2종 7층 일반주거지역을 15층까지 지을 수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도 공공기여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적용된다.
투기 의심 지역은 재개발 후보지서 제외
국토부와 서울시는 공공ㆍ민간 재개발 사업지를 공모할 때도 잦은 매매 등 투기 징후가 감지되는 곳은 후보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양측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 조기화, 정비사업 속도 조절에도 불구하고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즉각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공동으로 마련해 시행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정비사업에서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도 양측 공감대다. 공공 주도 개발사업엔 사전검토위원회가, 민간 재개발 사업엔 공공기획 제도가 도입된다. 이들 제도는 개발이익 사유화를 방지하고 공공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일부 분야에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재건축 안전 규제 기준 완화가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기준 완화를 건의했다. 하지만 국토부 등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며 보수적인 태도를 지키고 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감안하면서 추가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간다' 정도의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