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독일 젊은 지도자 활약
한국, 2030의원 비율 4.3% 그쳐
프랑스에선 2017년 5월 당시 나이 만 39세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G20 정상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였다. 비교적 어린 나이인 마크롱 대통령이 국가 수반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낮은 연령의 피선거권이 있었다. 본래도 23세로 낮았지만, 2008년 프랑스의 청년단체들은 캠페인을 벌여 하원의원과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18세까지 더 낮췄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린 나이부터 정치를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물론 공천을 제대로 받은 적은 없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젊은 정치인이 등장한 건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핀란드와 오스트리아, 독일 등 세계는 젊은 나이의 정치 지도자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피선거권 연령이 낮아 어릴 때부터 정치 기회를 접할 길이 많다. 2019년 12월 핀란드에선 34세의 여성이 제46대 총리로 취임했다. 산나 마린 총리다. 마린 총리는 성소수자 가정에서 자라며 대학생 때 핀란드 사회민주당에 입당했다. 2008년 23세의 나이로 시 의원에 출마했고, 2012년에는 당선 후 시 의회 의장직까지 맡았다. 2015년에는 국회의원이 됐고, 2017년에는 사회민주당의 부주석이 됐다. 어린 나이임에도 요직을 맡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던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선 2017년 31세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취임했다. 쿠르츠 총리는 어린 나이부터 외무장관과 내무부 국무장관을 지내며 정치 경험을 꾸준히 쌓았다. 독일에서도 녹색당의 40세 젊은 정치인인 안나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가 차기 총리로 유력한 상황이다. 세대교체라는 틀 안에서 젊은 정치인에게도 기회를 주려는 녹색당의 변화가 이끈 결과다.
반면 한국 정치는 여전히 나이 많은 인사들이 주류이며 피선거권 연령도 높아 젊은 정치인이 성장할 기회가 적다.
최창렬 정치 평론가는 “국내 정치는 후진 정치인을 키우는 데 인색했다. 정치 구조 자체도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서 권위주의적 요소가 많고 기득권 정치가 강했기에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계파정치나 지역정치가 워낙 강하게 자리잡아 군소정당이나 신진 정치인이 진입할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시스템을 통해 청년 정치인을 훈련해 배출하는 과정이 있는 반면, 국내에선 기득권에서 지명도 높은 관료나 법조인 등으로 충원되는 구조라는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됐다”고 말했다.
1983년생인 초선의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을)은 “무엇보다 청년 정치를 가장 가로막고 있는 것은 고비용 선거”라고 꼽았다. 장 의원은 “해외와 달리, 지방의회 의원을 비롯해 국회의원들 역시 거리 유세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의 경선을 거쳐야 하고, 의원이 되고 나서도 지역구 관리 등이 요구된다는 점이 정치 신인이 진입하기엔 대단히 고비용을 치러야 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야당의 이준석 돌풍으로 인해 여권에서도 맞불의 메시지로 더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부각될 수 있다. 그동안 여당, 야당의 양강으로만 양분된 국내 정치의 문제가 청년 정치의 진입을 봉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정치 진입을 안착하기 위해 새로운 세대의 바람이 개헌을 위한 큰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치의 다양화를 추구할 다당제, 대통령 출마 연령 제한 등이 개헌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