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전략 중심으로 4대 그룹 협력, 재계 협력 확대의 초석 다져
지난해 ‘K배터리 동맹’이 본격화된 지 1년, 재계 관련 기업은 핵심 기술 공동개발을 시작으로 합작사 설립 추진까지 하나둘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주요 기업이 ‘미래차 전략’이라는 공통분모 위에 모이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재계 주요기업에 따르면 지난해 이른바 'K배터리 동맹' 이후 관련 기업의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만남 이후 현대차와 LG화학은 유망 전기차 스타트업 공동 발굴에 나섰다.
현대차그룹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에 나섰다.
배터리 리스와 대여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를 시작으로 △배터리 관리 서비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모빌리티-배터리사 간 협력 체계 검증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SDI는 실제로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위한 원통형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해 현대차와 협력 중이다. 이밖에 삼성SDI는 미국 투자는 물론 합작사(JV)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과 이 부회장의 회동은 '미래형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현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어 6월에는 다시 정 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수명 연장형(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논의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만나 K배터리 동맹이 마무리됐다.
재계의 이같은 배터리 동맹은 단순하게 국내 기업 간 협력 강화 차원을 넘어선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반도체가 모자라 공장 가동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전기차 배터리가 모자라는 ‘배터리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1~4월 사이 세계 각국 차량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7.5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2% 급증했다.
코로나19로 고전했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해 올해 4월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률은 대부분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중 1위는 중국 CATL, 2위 LG에너지솔루션→3위 일본 파나소닉→4위 중국 BYD→5위 삼성SDI 순이었다. 5위권에 들지 못했으나 SK이노베이션이 삼성SDI 점유율을 바짝 뒤쫓고 있는 양상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격돌하는 양상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이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에 나서면 배터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배터리 동맹은 이를 대비한 구체적인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로서 글로벌 5위권 배터리 기업인 삼성과 LG, SK가 같은 나라에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큰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본격적이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K배터리 동맹은 국산차에게 적잖은 혜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를 통해 "방미 순방 때 4대 그룹이 함께해 준 덕분에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한미 정상회담 기간 총 44조 원의 대미(對美) 투자를 통해 성과를 지원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정부 차원의 후속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의 순방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은 4대 그룹을 직접 지목하며 미국 현지투자 성과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최태원 SK회장은 간담회를 통해 "방미 성과 많이 (거둔) 것에 대해서 정말 축하드린다"며 "저희도 굳건히 동맹 관계(를 비롯해) 경제 관계도 더욱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 회장님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시작해서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다"면서 "정말 아주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