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넘겨진 사실 뒤늦게 알려져
갑론을박 '수술실 CCTV' 문제 뇌관 되나?
수술실에서 마취된 환자들의 주요 부위를 만지며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대형병원 인턴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인턴이었던 A 씨를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혐의로 지난 2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7일 A 씨를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19년 4월 이 병원 산부인과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마취된 상태에서 수술대기 중인 환자의 회음부 등 신체 부위를 지속적으로 만진 혐의를 받는다. 또 "(여성의 신체를) 좀 더 만지고 싶으니 수술실에 있겠다"고 말하거나 "자궁을 먹나요?"라는 등의 문제 발언을 한 혐의도 받는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3월 해당 병원의 징계위원회 기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병원은 A 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만 내려 논란이 됐다.
경찰은 지난해 4월 6일 사건 내사에 착수했고 같은 달 20일엔 송파구청 보건소에서도 수사를 의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아산병원은 A 씨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지난해 의사직 교육위원회를 열고 A 씨 수련 취소를 결정했다. 수련 취소란 지금까지 해당 병원에서 했던 의사직 수련이 무효가 된다는 의미다.
다만 A 씨 의사면허는 현재까지 유효한 상황으로 다른 병원에서 재취업해 의사로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에서 발부하는 의사면허 취소 여부에 대한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마취 중인 환자에게 변태 행위를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인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병원 공개 및 의사 면허 취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8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A 씨 사건은 ‘수술실 CCTV 의무화’ 논쟁에 또 다시 불을 지필 전망이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2015년 첫 발의 이후 그동안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오는 23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측은 의료사고의 여부를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하거나, 의료진들의 성희롱·성추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문직 성범죄 1위가 의사”라며 “다른 누구도 아닌 수술 당사자가 원한다면 수술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며 강력하게 수술실 CCTV 설치를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둬 집중력 저하를 초래하고,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의료 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추진을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정부·정치권·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책추진 여부를 결정해 나갈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