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질 등 신훙국들이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앞서 선제적인 금리 인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물가가 많이 상승한 데다가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까지 겹쳐 선제적으로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 투자한 외화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다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밝혀진 가운데 증권가에선 “한국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6일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대비 0.75%포인트 높은 4.25%로 인상했다. 브라질은 올해 1월∼5월까지 물가가 3.22% 상승하며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올렸다. 브라질의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누적 물가 상승률은 8.06%로 집계됐다.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인 러시아 역시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5.5%로 인상했다. 터키도 앞선 3월 기준금리를 19%로 인상하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국의 선제적인 조치가 일단 환율 안정과 증시 상승이라는 결과를 얻는데 성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금리인상 이후에도 물가 상승이 계속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 해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시행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예측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파적이었던 6월 FOMC 결과에 따라 테이퍼링 발표는 9월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오는 11월~12월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최근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4명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가 가계부채를 늘려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졌고 위험투자 성향을 강화시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이 브라질, 러시아, 터키처럼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에 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가늠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상승 기대는 억제되나 공급 측 요인에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2% 내외의 물가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성급한 기준금리 인상은 자칫 경기침체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어 기준금리 인상보단 안정적인 수준의 외화를 확보하는 게 우선인 상황이다.
정부 역시 국내시장의 체력을 강조하며 외환 감독에 각별히 신경쓰겠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7일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과 외환건전성 상황을 점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해외에서 바라보는 신뢰도 견고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외환보유액은 5월 말 기준 4564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