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의 기적적인 생환을 바랐건만. 모두의 간절한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 인명검색에 나섰던 김동식 구조대장(52·소방경)이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19일 오전 10시49분 물류센터 지하 2층 입구에서 직선거리로 50m지점에 숨져 있는 김 구조대장을 찾았다. 꼬박 이틀이 지나서야 뜨거운 불길 속에서 벗어나 동료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김 구조대장은 17일 11시 20분께 동료 소방대원 4명과 함께 건물로 들어갔다. 큰 불길이 잡혔다는 판단하에 건물 안에 혹시 남아있을 인명 검색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갑자기 선반 위 택배 물풍 등 가용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완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가 다시 확산하기 시작했다.
결국 현장 투입 20분만인 오전 11시 40분 철수하라는 무전이 떨어졌다. 이들도 진입한 통로를 되돌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불길에 연기마저 자욱했다. 가뜩이나 미로처럼 복잡한 내부 형태 탓에 길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김 구조대장은 이에 뒤처지는 이가 없는지를 챙기며 후배들을 앞서 빠져나가도록 도왔다. 김 구조대장의 도움으로 후배들은 무사히 빠져나왔으나 결국 본인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항상 그런 사람이었다고 동료들은 말한다. 20년간 김 구조대장과 같이 근무했던 문흥식 광주소방서 예방대책팀장은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솔선수범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던 분"이며 "현장가면 직원들이 다치지 않게 주변을 한 바퀴 먼저 돌아보는 선배"라고 말했다.
당시 김 구조대장이 당시 메고 있던 산소통 사용 시간은 20분 정도. 소방당국은 같은 날 오후 김 구조대장 수색작업에 나섰으나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17일 오후 4시께 일시 중단된 것이다.
불길은 만 하루가 넘도록 잡히지 않았고, 그렇게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던 이날 오전 10시 50분. 김 대장이 실종된 지 47시간이 지난후에야 수색작업이 재개됐다. 모두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작업 한 시간 남짓 만에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김 대장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1994년 4월 소방에 입문한 김 구조대장은 무려 27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경기지역 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등 각종 상을 받으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응급구조사 2급, 육상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도는 김 대장을 순직 처리하고 장례를 경기도청장으로 거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