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단주의자이자 테헤란의 도살자”
미국 “대선 과정 자유롭지 못해 유감”
이라크, UAE 등 주변 중동국가는 축하메시지
19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라이시 후보는 61.95%의 득표율로 2위 압돌나세르 헴마티(8.4%)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유 있는 승리였지만, 전체 투표율(48.8%)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치러진 선거 중 가장 낮았다.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않은 영향이 있었다. 대선 후보 선정 당시 중도·개혁 성향의 후보들이 줄지어 탈락하자 유권자들 사이에서 투표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선된 라이시 후보는 이슬람 선구자 무함마드의 정통 계승을 추구하는 강경파 인물로, 1988년 정치범 대량 학살과 2009년 대선 불복 운동인 녹색운동 탄압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인물이다. 미국 제재 이력이 있는 인사가 대통령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과 오랜 적대 관계를 이어온 이스라엘은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성명을 내고 “오늘날 가장 극단주의자 대통령”이라며 “3만 명 이상을 처형한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대선이 자유롭고 공정한 과정에서 치러지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문제를 의식해 “테헤란과 간접적인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국가들은 대체로 환영했다. 터키는 “라이시 대통령 임기 동안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진심으로 축하와 축복을 전한다”고 알렸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시리아, 팔레스타인 하마스, 파키스탄 등도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강경파 인물이 대통령이 됐지만, 이란은 통상 대통령 위에 최고지도자가 있는 만큼 당장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정된 핵합의 복원 회의도 진행될 계획이다.
모하마드 자비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핵합의 복원 논의가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며 “변수가 제거되고 논의 사항이 깔끔해 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대선에 3회 연속 참여할 수 없다는 이란 헌법에 따라 이번 대선에 도전하지 못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임기는 8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