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뉴욕 연은 총재는 완화 기조 유지 강조
댈러스·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부양책 거둬들여야"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2008년 금융위기 엇갈린 경험, 의견 분열 촉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1일(현지시간) 하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특별 소위원회 출석을 하루 앞두고 제출한 자료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면서도 “일시적인 공급 문제가 해소되면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치(2%) 밑으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파월 의장과 달리 물가상승률에 대해 매파적 견해를 보이는 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포럼에 참석해 “연준의 경제 전망이 바뀐 것은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 걸 반영한 것”이라며 “연준은 완화적인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카플란 총재와 같은 포럼에 참석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서 “상방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러드 총재는 연준 내 비둘기파 인사로 통하지만, 18일 매파적 발언을 해 시장을 요동치게 했었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은행 총재는 다른 한 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해 “여러 데이터와 여건들은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한 강력한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기에 충분할 만큼 개선되지 않았다”며 파월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지표상 수치는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5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올라 29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보다 5.6% 상승했다.
연준은 과거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악몽’에 시달렸던 전적이 두 번이나 있다. 첫 번째 악몽은 1970년대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험한 부진한 인플레이션 회복세였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경기가 주저앉았는데, 연준이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다 참극이 발생했다. 1960년대까지 2% 이상 오른 적 없던 미국 인플레이션은 1970년부터 1974년까지 연평균 12% 이상 상승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로는 연준이 경기 침체와 물가 관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디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 하락) 압력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사이에서도 인플레이션 판단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중고차나 목재 등 가격이 치솟았던 품목들이 최근 안정을 찾는 것을 예로 들면서 인플레이션은 사라질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발언들은 실제 위험에 비해 과장됐으며, 인플레이션 위험도 이제 몇 주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신호를 무시하면 1970년대처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970년대에도 연준은 비전통적인 일시적 외부 요인이라며 오일쇼크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경시했다”면서 “하지만 이것은 엄청난 실수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