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영국 보건부 장관 결국 사임
영국 내 방역 수칙에 대한 불만 들끓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방역에 비상이 걸린 영국에서 방역 최고 책임자인 보건장관이 사임했다.
내연 관계인 보좌관과 뜨거운 입맞춤을 하며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진이 현지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다.
영국 매체 더선은 25일(현지시간) 맷 행콕 보건장관이 그의 보좌관 지나 콜라단젤로와 껴안고 키스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모습은 지난달 6일 사무실 복도 CCTV를 통해 포착됐다.
특히 이 시기는 영국에서 강도 높은 거리두기 규제가 적용됐던 때로, 부모도 한 집에 살지 않으면 안아볼 수 없던 시기여서 '내로 남불'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이후에 락다운(Lock Down·지역 봉쇄) 수칙을 완화했다.
불륜은 물론 콜라단젤로 보좌관의 채용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행콕 장관은 지난해 콜라단젤로를 9월 영국 보건부 비상임이사로 임명했는데, 그는 한 해에 15~20일 정도를 일하고 1만 5000파운드(약 2350만 원) 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부터 친했던 동갑내기 친구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콜라단젤로는 행콕 장관이 옥스퍼드 대 라디오 방송국 시절부터 친구였으며, 두 사람 모두 각자 가정이 있고 자녀가 3명씩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라단젤로는 남편 올리버 트레스가 설립한 패션 업체 올리버 보나스의 홍보 담당 임원이자 로비업체 주요 주주다.
행콕 장관은 “거리두기 규정을 위반한 것을 인정한다. 실망하게 해서 미안하다”라며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 사적인 문제에서 내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 고맙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존슨 총리도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며 힘을 실어줬지만, 민심 악화를 막지 못하고 사임을 받아들였다.
행콕 장관의 불륜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이 다시 들끓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수석보좌관의 '내로남불' 방역수칙 위반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시 정부 실세였던 커밍스 보좌관은 코로나19 봉쇄령을 위반하고 런던에서 무려 400km 떨어진 더럼에 있는 부모 농장으로 이동했다가 큰 비난을 받았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에서는 지역 봉쇄와 백신 접종 반대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규제 해제를 요구하는 수만 명의 시위대가 옥스퍼드 스트리트, 리젠트 스트리트, 하이드파크 등 도심을 행진했다.
한편 행콕의 후임으로는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의 첫 재무장관 중책을 맡았던 사지드 자비드가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