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업체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 애플과 MS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애플은 소송 배후에 MS가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애플은 모바일 게임 내에서 결제가 가능한 이른바 ‘인앱결제’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데, MS는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의 접근을 제한하면서 자사 게임 사업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비판하면서 에픽게임스를 지지해왔다.
판결은 몇 주 안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MS의 애플 ‘앱스토어’ 저격은 지난주에도 이어졌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새 PC 운영체제(OS) 윈도 11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세상은 더 개방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플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앱스토어의 배타적인 운영정책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과 MS는 과거 앙숙으로 통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MS의 빌 게이츠 설립자가 경영 전면에 있던 1970년대 잡스는 MS가 자사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거세게 비판해왔다. 이들이 ‘공식 휴전’을 선언한 것은 1997년. 빌 게이츠가 애플에 1억5000만 달러(약 1695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WSJ는 게이츠가 애플의 부활에 필요한 자금을 대주면서 양사의 불화가 일단락됐다고 전했다. 애플은 팀 쿡으로, MS는 나델라로 CEO가 바뀐 이후에도 양사는 평화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1990년대만 해도 애플이 공룡 기업인 MS에 저항하는 약자의 모습이었지만, 애플이 급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애플과 MS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최첨단 기술을 놓고 선점 경쟁에 나서면서 두 회사의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MS는 이미 AR 기기인 홀로렌즈 헤드셋을 판매 중이고 애플은 내년께 AR 기기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벤처캐피털 업체 관계자는 “(두 회사의 경쟁이) 확실히 뜨거워지고 있다”면서 “MS는 AR가 회사의 성장세를 회복시킬 차세대 윈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애플은 자신의 모바일 영역을 방어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