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은 28일 오후 2시 30분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된 '크로아티아 천년의 발자취,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문학 및 문화' 전시 개막식에서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 관장은 "한국과 크로아티아 양국의 문학 번역서, 크로아티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 등 특별한 전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의 문화에 대한 상호 간 이해와 공감이 돈독해지고 두 나라의 문화가 만나서 훨씬 더 지금보다 발전적으로 협력하는 친구 관계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9일부터 7월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중앙도서관과 주한크로아티아대사관이 협력했다.
글라골 문자는 9세기에 만들어진 슬라브 최초 문자다. 크로아티아 민족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 문자는 라틴어 이외의 문자를 사용하는 지역에 가톨릭 문화를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미르 쿠센 주한크로아티아 대사는 이날 "크로아티아는 1440년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한 이후 인쇄 보존을 해온 몇 안 되는 슬라브 국가 중 하나"라고 자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국립중앙도서관과 MOU를 체결한 크로아티아 국립도서관이 제공한 글라골 문자로 써진 영인본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로마 미사경본(Misal po zakonu rimskoga dvora, 1483)은 크로아티아 최초로 인쇄된 책으로, 라틴어 이외 문자로 출판된 유럽 최초 미사 전례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중세 유럽의 삶과 정치적 상황을 글라골 문자로 기술한 비노돌 법령(Vinodolski zakonik, 1288)이 실린 도서도 눈길을 끈다.
문학작품 컬렉션에서는 크로아티아 문학적 성과의 정수인 노벨문학상 수상작 '드리나 강의 다리'(이보 안드리치, 2015), '꼬마 구두장이 홀라피치'(이봐나 브를리치-마주라니치, 2013) 등의 한국어 번역본이 전시된다.
크로아티아어로 번역‧출판된 우리나라 소설 '채식주의자'(한강, 2018),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2020)도 전시된다. 이를 통해 크로아티아에서의 K-문학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한국-크로아티아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한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의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신영, 2019)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여행 제한의 갈증을 해소해 줄 영상물, 민속 의상과 공예품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크로아티아에서 실제 사용되는 생활도구, 민속 소품, 주방용품 등은 관람객들에게 마치 크로아티아 현지에 여행 온 것 같은 착각을 자아내 줄 것이다. 또한 20세기 크로아티아 전통 마을과 풍속을 담은 세계적인 사진 작가 토쇼 다바츠(Tošo Dabać)의 흑백사진들은 크로아티아 문화 특유의 독특한 감성으로 한국인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크로아티아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한 문화 국가"라며 "이 전시가 코로나로 인해 외부 문화 활동이 위축된 국민들의 피로감 해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