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빈 금융부 기자
웃을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온투업자로 정식 등록되지 못한 P2P 업체들과 이곳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다. P2P 업체 240개(지난해 8월 기준 업체 수) 중 현재 3곳만 등록에 성공했으니, 잃을 위험이 큰 돈의 액수는 가늠할 수도 없는 규모다.
P2P 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현상은 또 있다. 업계 단골 뉴스가 업체 사장의 구속이라는 것이다. 투자금을 횡령해 개인 목적으로 쓰거나, 돌려막기를 하다가 수사당국에 적발돼 구속된 P2P 사장들은 잊을 만하면 기사에 등장한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P2P 업체 사장이 구속 위기에 처하면 나설 건 투자자밖에 없다. 투자자가 사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자자 대표단을 꾸려 대신 추심을 하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에게 본인의 돈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투자자가 생계를 제쳐 놓고 P2P 업체 사장의 일을 대신하자 이 사장은 머리를 쓴다. 본인이 불구속 수사를 받으면 정상 채권을 추심할 수 있으니 불구속 탄원서를 써 달라는 것이다. A펀딩의 실제 사례다. 이 사장은 투자하라고 내 돈을 맡겼더니 그 돈을 본인 마음대로 쓰고, 범죄가 드러나자 이를 수습할 건 본인밖에 없으니 구속은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A펀딩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모 사장의 불구속 탄원서를 울며 겨자 먹기로 써 줬다. 투자자가 돈을 잃은 피해자가 됐지만 이들에게 불구속 탄원서 말고는 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정상 채권이 인질로 잡힌 이유에서다. 내 돈을 훔친 사람에 대해 내 손으로 불구속 탄원서를 써야 하는 아이러니였다.
정식 등록된 P2P가 나와 이 업체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안심하는 동안, A펀딩 투자자들은 가슴을 졸였다. 업체 사장이 불구속 탄원서만 받고 추심을 내팽개치는 게 아닌지 등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경제사범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해 사실상 경제 범죄를 부추긴 나라에서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란 잣대를 대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