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모범회사법' 제안…"상법에서 회사법 분리해야"

입력 2021-06-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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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 국회 건의 예정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제공=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업법제 선진화 작업에 착수하고 그 일환으로 '모범회사법'을 제안했다고 30일 밝혔다.

모범회사법이란 상법에서 회사편 부분을 독립시킨 것이다. 전경련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의 회사법제를 검토해 형식적으로는 현행 상법 중 회사편을 독립된 법률인 회사법으로 만들고 내용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현행 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열린 '전경련 모범회사법 세미나' 개회사에서 “우리 상법은 1962년 제정 이후 약 60년 동안 전면개정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라며 “오늘 전경련이 제안하는 모범회사법이 현행 상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고, 회사 경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준우 한국기업법학회 정준우 회장은 축사에서 "학계에서도 현행 상법은 회사, 보험, 해상, 항공운송 등 성격이 다른 부분이 혼재되어 있어 체계의 정합성이 떨어져 회사편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별도의 독립된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경제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제안하는 모범회사법인만큼 국회와 학계의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모범회사법 제정 작업을 주도해온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제발표에서 “한국 회사법이 세계 표준에 점차 벗어나 갈라파고스식으로 변했다. 주주총회 결의방식인 보통결의나 특별결의가 상법 제정시기인 19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거나 감사(위원) 선임 시 3% 초과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이사인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도록 법에서 강제하는 것은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지금까지의 상법이 기업 하기 좋은 제도 조성에 소홀했던 만큼, 전경련 모범회사법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과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 세션에서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기업의 안정적 경영 활동을 보장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제안했다.

우선 회사가 주주나 제삼자에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부여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회사 필요에 따라 다양한 종류주식 발행을 허용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도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델라웨어 회사법과 대부분의 주 회사법에서 복수의결권주식을 허용하며 일본도 다양한 종류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최병규 건국대 교수는 이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수행에서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업무 수행을 한 경우에는 회사나 제삼자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제안했다.

미국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판례로 인정하고 독일도 경영판단의 원칙을 회사법에 도입해 이사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강영기 고려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상법개정으로 도입한 다중대표소송이 투기자본들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이를 일본의 다중대표소송 수준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중대표소송은 지분 50% 이상 모자회사 관계에서 모회사 주주(비상장 1%, 상장 0.5% 주식 6개월 보유)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를 100% 완전모자회사 관계에서 모회사 주식 1%를 6개월 이상 보유하는 것으로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선정 동국대 법대 교수는 “작년에 ‘공정경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상법을 개정했지만, 공정경제는 회사법이 아닌 다른 법이 목표로 할 사안”이라며 “그동안의 상법 개정이 결국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곳으로 만들었다. 균형 있고 합리적인 입법 모델을 제시하여 회사법을 다듬는 것이 상법학계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석훈 교수는 “1997년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의 상법 개정은 회사 운영의 투명성 확보에는 상당한 이바지했지만 회사 운영의 효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미흡해 양자 간 균형이 깨졌다”라며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회사법 제정을 통해 쿠팡의 해외증시 상장과 같은 ‘자본 누수’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그동안 작업한 모범회사법 제정 작업과 세미나 결과를 토대로 8월 중 '전경련 모범회사법'을 발간하고 국회 등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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