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민사회 준비, 지금도 늦었다

입력 2021-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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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년 후 ‘인구지진’ 발생을 경고했다. 홍 부총리는 “인구지진은 사회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는 충격”이라며 7월부터 9월에 걸쳐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니 다행이다.

인구지진은 영국 인구학자인 폴 월리스가 자신의 책 ‘에이지퀘이크(Age-quake)’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인구 지진’은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한 생산 인구 감소로 사회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현상을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에 비유한 용어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심각한 경제·사회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 30만 명 선도 무너졌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지난해 15.7%로 2060년이면 43.9%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제2의 베이비붐 세대인 1970년~1974년생이 은퇴하는 10년 뒤부터는 가파르게 생산 인구가 줄어든다. 당장 2030년 315만 명의 생산인구가 감소한다고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최근 발간한 저서 ‘인구 미래 공전’에서 밝히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는 경제 성장률 둔화와 노년부양비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젊은층과 노년층의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서 생산인구를 늘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프랑스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약 100년의 세월이 걸렸듯이 우리나라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못해도 앞으로 7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얘기다.

생산 인구를 늘릴 방법은 이민사회로 전환하는 방법뿐이다. 학계에서는 외국인 인구(귀화, 이민자 2세 포함)가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사실상 이민사회로 진입한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2017~2040년’ 자료에서 2025년께 외국인 인구가 5.1%, 2040년 6.9%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이민사회에 대한 대비를 했어야 하는데 먹고사는 문제에 바빠서 어느 정권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당장 단일민족이라는 개념부터 없애야 이민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민사회로 정착하는데도 최소 이민 3세대로 넘어가야 하므로 90년 이상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외국인노동자나 다문화 가정 지원 정도의 이민 정책이 부처별 주먹구구식으로 마련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소요하면서 대표적인 이민국가로 정착했지만 여전히 이민자에 대한 배타적인 문화가 남아 있다. 유럽은 2000년대부터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로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민사회로 가기 위한 대책이 쏟아지는 점은 반가운 얘기다. 김종세 계명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한국법정책학회 학회지에서 외국인들로부터 걷은 세금과 수수료 등으로 이민기금을 조성해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달 2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이민정책학회 창립총회 및 창립학술대회’에서도 신영진 배재대 교수가 대통령 직속 민 관련 위원회·조직을 두거나 별도 부처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백의민족 자부심을 버릴 수 있는 사회적 합의부터 먼저 이뤄내고 세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민 정책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정책으론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어려운 정책이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한 사회 갈등이 최소 수십 년에서 길게는 백 년 이상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더는 늦출 시간도 없다. 홍 부총리가 경고한 ‘인구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민 정책을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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