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며 소강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델타 변이 확산 이후 다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최상위권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은 델타 변이로 인해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2만여 명이 넘었으며, 집단면역을 달성했다고 평가받던 이스라엘도 델타 변이로 인해 연일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한 번 더 변이한 ‘델타 플러스’ 바이러스도 등장하는 등 델타 변이는 전 세계 일상 회복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의 방역 체계도 변화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는 기존의 강력한 체계를 유지하거나, 느슨해진 방역 체계를 다시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에 델타 변이 감염 확산에도 기존 방역 체계를 풀어주는 방식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는 국가들도 다소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거두고 공존을 시도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 포스는 새로운 코로나19 대응 로드맵을 마련하며 사실상의 방역 조치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기존에 시행됐던 봉쇄와 감염자 추적,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한다. 또한 여행과 모임 제한도 해제한다. 다만 독감과 같이 위중증과 중환자실 입원자 수만 추적해 중증 환자 치료와 사망자 감소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본래 위반 시 처벌까지 하는 강력한 ‘감염 제로’ 모델을 통해 성공적인 방역을 이뤄왔던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델타 등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확산으로 인해 기존의 방역 모델이 더 길게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당국은 “(코로나) 팬데믹을 독감이나 수족구병, 수두와 같이 취급”해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 할 것을 시사했다.
이러한 체계 변화에는 백신 접종에 대한 자신감과 기존 확진자 수가 적었던 것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인구의 3분의 2가 8월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며, 5월 평균 확진자 수가 18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말 기준 신규 확진자가 2만5667명인 영국은 알파에 이어 델타까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의 최대 피해국으로 꼽힌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영국 당국은 본래 6월 21일에 예정돼있던 봉쇄 조치 해제를 오는 19일로 한 달 연기했다. 여전히 확산세는 잡히지 않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예정된 봉쇄 해제를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며, 자국민의 해외여행도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영국 교통부는 3단계 위험 국가(녹·황·적색) 국가 중 황색 국가 여행 후 귀국 시에 취해지던 10일 자가격리 조치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7일과 8일, 12일에 예정된 유로 2020 준결승과 결승 경기가 열리는 웸블던 스타디움에 6만 명의 관객 입장을 허용했다. 또한 교육 당국은 봉쇄 해제 이후 학교 내 감염시 자가격리를 없앨 계획이며, 일각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방역 완화 기조의 근거는 싱가포르와 같이 높은 백신 접종률이다. 감염자 수는 지난 1월 30일(2만3275명) 이후 최고치로 늘었지만, 사망자 수는 6월 28일 기준 3명으로 1월 당시(1200명)의 4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로 인한 입원율도 줄어들면서 백신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스웨덴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자발적 방역과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을 표방해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말 국왕이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등 느슨한 방역 실패의 대표 사례가 됐다. 그러나 봉쇄조치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피해는 타 국가에 비해 적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스웨덴은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올해 3월부터 식당, 카페, 술집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야외 경기장 관람객 수용을 제한하는 등 적극적 방역 조치로의 전환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줄어들고 성인 57%가 백신 1회 접종을 완료함에 따라 이번 달부터 제한 조치를 다수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스위스는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등 방역 체계를 풀어주는 국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스라엘은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방역체계를 강화했다. 지난 6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까지 해제하며 집단면역을 이뤘다고 평가 받았으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공공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또한 이번 달부터 시행 예정이던 외국인 관광객 자가 격리 면제를 한 달 더 연기했다.
더불어 16세 이상 국민이 출국할 때 코로나19 고위험 국가를 여행하지 않겠다는 선언문에 서명하기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이 지정한 코로나19 고위험 국가는 인도,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이외에도 다수 국가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방역을 강화하는 대응을 하고 있다. 독일과 터키는 바이러스 우려 지역에서의 입국을 금지했고, 태국은 제한조치를 재시행했다. 호주는 시드니 등 주요 도시를 2주 봉쇄조치를 취했다. 말레이시아와 방글라데시는 각각 한 달, 일주일간 전국적인 봉쇄와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은 긴급사태 선포 전 단계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기존에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새 방역 체계를 이번 달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 되면서 수도권 한정으로 새 거리두기 체계 적용을 일주일 연기하게 됐다.
서울시 등 수도권 지자체는 7일까지 확진자 수 증가세를 고려해 8일부터 완화된 개편안을 이행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