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값이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년치 상승률을 넘어서는 수치다. 서울ㆍ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도 상반기 기준으로 20년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
4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올랐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뛰어넘은 수치다.
이 기간 서울ㆍ수도권 아파트값은 12.97% 올라 역시 작년 수도권 연간 상승률(12.51%)을 추월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2002년(16.48%) 이래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ㆍ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1%대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해 왔다.
특히 경기도의 상반기 상승률(15.35%)은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수도권 전체 집값을 견인했다. 시흥(24.53%)ㆍ고양(21.38%)ㆍ동두천(20.58%)ㆍ의정부시(20.37%) 등이 20%대로 급등했다. 구별로 범위를 넓혀 보면 고양시 덕양구(25.49%)가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에 불이 붙은 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개발 호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이 확정되면서 노선을 따라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규제 완화 기대감과 개발 공약 등이 수도권 집값을 더 밀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매물 부족도 상승 압력 요인이다. 이날 기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한 달 전 대비 아파트 매물은 서울 3.2%, 경기 7.3%, 인천 7.2% 각각 줄었다. 보유세 확정 기준일(6월 1일) 전후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가 오르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으로 전세 매물 부족이 일상화하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도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금리 인상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본격화가 매수자들의 주택 매입을 고민하게 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하반기에 나올 사전청약 물량은 7월 인천 계양ㆍ남양주 진접2지구 등 4400가구, 10월 남양주 왕숙·인천 검단지구 등 9100가구, 11월 하남 교산·과천 주암지구 등 4000가구 등 3만 가구 규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엔 금리 인상 가능성, 대규모 사전청약 물량, 장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상반기보다 아파트값이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