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2000명 넘으면 격상…식당ㆍ카페 10시까지 운영
내수 회복에 '찬물'…경기 부양책 역효과 우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서자 방역당국이 ‘4차 유행’ 진입을 선언했다. 확산세가 계속될 경우 거리두기 4단계에 해당하는 하루 확진자 2000명이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백신 접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방역 고삐를 늦춘 것이 확산을 초래했고, 지금 당장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모임을 전면 통제하는 4단계가 된다면 하반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효과가 떨어지고 내수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75명으로 이 중 국내발생 확진자는 1227명이다. 국내발생 확진자 중 990명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달부터 적용하는 거리두기의 가장 높은 4단계 적용 기준은 전국 일일 지역 발생 환자 2000명 이상, 수도권 1000명 이상이다. 만일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이 넘어선다면 전국에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4단계가 적용될 경우 모임과 행사는 크게 제한된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이 2명으로 제한돼 사실상 모임이 금지되는 수준이다. 방역 당국은 퇴근 후 바로 귀가하는 등 외출을 금지하고 집에 머물도록 하는 의미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식당·카페를 포함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오후 10시 운영 제한이 적용된다. 클럽,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은 운영이 금지된다. 지역 축제, 설명회, 기념식 등 행사는 인원과 상관없이 개최할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두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경기 침체는 어쩔 수 없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승훈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는 서비스업과 민간소비 부분이 정상화되고, 이에 따른 고용 증가로 경기회복이 기대됐는데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이 같은 기대 심리가 꺾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소비쿠폰 발행과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정부의 하반기 경기 부양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3단계(현 4단계)를 적용하면 민간소비는 연간 16.6%, 국내총생산(GDP)은 8%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정부는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고 협조하는 것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쿠폰으로 내수 시장 회복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고, 감염 확산 통제가 제대로 안 돼 오히려 향후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까지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기준에 근접한 서울과 수도권의 4단계 적용은 가시권이다. 이날 기준 수도권 확진자는 994명에 달했고, 서울은 지자체 기준인 389명을 넘어서는 것이 확실시된다. 아직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전체로는 4단계 기준에 못 미치지만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만큼 함께 격상할 가능성도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4단계 격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개월 동안 지역사회에서 확산했고, 델타·알파 변이까지 가세해 확산 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단계 격상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즉각 격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확산을 불러온 것은 결국 정부 책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방역 완화 신호를 냈던 정부가 돌연 4단계로 격상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이달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과 함께 단계를 낮추는 방향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 착용을 면제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