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TV 등을 비롯해 배터리와 바이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우등생’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우등생 삼성에도 취약한 ‘과목’이 하나 있다. 바로 ‘노사관계’다.
지난해 5월 삼성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첫 파업 사례를 기록했던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회사와의 임금협상안에 최종 합의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부분파업이 삼성 계열사와 전자업계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던 산업계도 노사 합의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끝까지 협상에 임하고 한발씩 양보한 노사의 쾌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경험은 삼성이 발전적인 노사관계로 진일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 증진 요구를 회사에 관철했고, 회사는 갈등을 성공적으로 봉합하며 기존 노사협의회와 확정한 기본인상률(4.5%)을 이해시켰다.
삼성은 그동안 달라지기 위해 애써왔다. 지난해 무노조 경영을 선언한 이래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만들었고,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노사관계 자문그룹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한편, 노동 관련 위원회도 별도로 꾸렸다.
삼성항공에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돼 복직을 위한 고공농성을 벌여온 김용희 씨와도 합의했다. 삼성 사장단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삼성 전체 계열사 인사팀장들은 양대 노총 전직 위원장을 초청해 노사관계를 열공했다.
임금협상을 잘 마무리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와 임직원 모두의 발전을 위해 상생하는 노사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삼성의 노사관계 새역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올해 삼성전자는 창립 52주년을 맞는다. 이병철 회장이 삼성상회를 세운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의 역사는 80년이 넘는다. 오래된 역사에 걸맞은 삼성의 선진화된 노사관계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