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내부에선 “국회의원 개인의 의견일 뿐”
10년전 논란과 딴판 “조용한 지금이 최대 위기”
금융감독원의 조직·검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작 내부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검사가 소홀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감독체계의 전면적 개편의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정권 말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질 때면 늘 언급됐던 이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가진 감독·검사·징계권이 뜨거운 감자였다. 문제는 이번 윤 의원의 개혁안이 단순히 권한 정리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중징계 이상 징계권을 모두 금융위로 환원하고, 금감원장의 금융위 위원 겸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회가 대통령에게 원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고, 인력 운용 계획에 국회 승인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감원의 독립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모펀드 사태로 드러난 금감원의 감독체계 허점이 결국 금감원 존폐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윤 의원의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 명의 국회의원 의견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윤 의원 기자회견이 열렸던 그 다음 날 금감원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홍보협의회가 열렸다. 홍보협의회에는 임원들이 참석한다. 이 회의에서 윤 의원의 감독체계 개편안을 정식으로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노동조합 역시 별다른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12년 분위기와 대조된다. 금감원의 은행업권에 대한 징계권을 금융위로 이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던 시기다. 당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임원을 소집해 징계권 이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놔 논란이 됐다. 당시 임원들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직급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결국 은행업권의 징계권은 금감원에 남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감독·검사체계 이슈는 단순히 밥그릇 신경전이 아닌 각 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약 1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금감원의 대응은 전혀 다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원, 노조가 모두 침묵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금감원 최대 위기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스스로 감독·검사 체계를 재점검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도 감독·검사·징계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내부에서 일관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금감원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