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부자 자산은 160억 달러 감소
당국 규제 강화에 주가 평균 13% 하락 여파
“부자들, 한국 재벌처럼 되는 것 막으려 해”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10대 부자 순자산은 올해 상반기 2090억 달러 증가했지만, 중국인 부자들의 자산은 160억 달러(약 18조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중국 부자들의 주력 기업 주가는 평균 13% 하락했는데 이 같은 하락세는 6년 만이다.
자국 부호들의 힘을 억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은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창업자가 세운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무기한 중단했던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기업 단속을 강화했다.
IPO가 중단된 앤트그룹은 당국의 지시하에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했고 알리바바는 반독점 혐의로 사상 최대 벌금 폭탄을 맞았다. 최근에는 당국의 만류에도 뉴욕증시에 상장했던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을 비롯한 자국 기업 네 곳이 국가안보 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디디추싱 주가는 지난달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후 14% 가까이 폭락했고, 회사 공동 설립자들의 자산도 약 8억 달러 증발했다.
특히 중국 국무원이 지난주 자국 기업이 해외 증시 상장을 할 때 엄격한 기준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회원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에 대해 해외 상장 전 사이버 안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는 등 당국의 기업 단속이 더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데는 자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보유한 거물들의 힘을 억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한 중국 정부 관계자는 “당국은 억만장자들이 경제와 정치의 여러 부문을 지배하는 한국의 재벌처럼 강한 세력이 되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불평등 심화 현상도 정부의 규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계획 연설에서 국가 발전이 불균형한 점을 지적하며 ‘공동 번영’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마윈과 같은 거물들이 회사 성장을 위해 자신 있게 규정을 바꾸고 국책은행과 같은 막대한 이익을 쌓는 시대는 지났다”며 “부자들을 위해 새로 마련된 규정들은 이들이 공산당에 더 많은 존중을 보이고 돈을 기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