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명은 LG전자 잔류…퇴사도 거의 없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가운데, 모바일 사업을 담당해온 MC사업본부 직원 3300명에 대한 인력 재배치가 최근 마무리됐다. 대규모 인력을 조정하면서도 큰 잡음 없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15일 LG전자와 LG그룹 등에 따르면 MC사업본부 직원 약 3300명 가운데 약 600명이 LG그룹 계열사로 이동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지난해 말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으로 약 300명이 이동했다.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X세미콘 등에도 나머지 300명이 재배치됐다.
MC사업본부 3300명 가운데 약 80%에 달하는 2700명은 LG전자에 잔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사업본부에 300~500명이 충원됐으며,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가장 많은 인원을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연구개발을 맡은 CTO(Chief Technology Office) 부문에는 약 800명이 이동했고, 이달 출범한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으로는 약 50명이 이동했다.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퇴사한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MC사업본부의 직원 수는 3348명으로 집계됐다. LG전자에 잔류한 약 2700명과 계열사로 이동한 약 600명 등을 제외하고 상당히 극소수가 퇴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이번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의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LG전자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9%로 확정하며 인재 붙들기에 나섰다. 9% 인상은 2011년 이후 10년 만으로 상승폭은 2000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최근 3년간 LG전자의 임금 인상률은 연 4% 수준이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발표하면서 직원들의 고용 불안 잠재우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올해 1월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밝히면서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하는 등 수차례 고용유지에 대한 회사 입장을 밝혔다.
또 인력 재배치를 결정한 이후 계열사 설명회를 시작하는 등 경력사원 채용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모집 절차를 거쳤다. 일반 사무직의 경우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개인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희망업무를 6지망까지 신청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LG전자 타 사업본부,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또 개별 인원들의 의향을 먼저 고려해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효과적인 재배치가 이뤄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전자 관계자는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재배치 과정에서 직무 경험, 역량, 개인 의사를 반영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며 “사업재편과 인력재배치를 통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보다 집중하고 미래준비를 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회사와 직원 모두 ‘윈윈(win-win)’하는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로서는 인재를 붙들고 있을 수 있고, LG 계열사들은 외부 경력직원 채용 대신 LG 조직문화에 밝은 LG전자 출신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다”라며 ”직원으로서도 낯선 곳에서 시작하는 대신 직무 경험을 살리면서도 ‘LG인’으로 남아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를 얻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