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지급을 두고 다투다 주점 운영자를 때린 폭행범이 강도상해 혐의를 벗게 됐다. 대법원은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해 폭행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 5월 한 주점에서 15만9000원 상당의 맥주를 마신 뒤 2만2000원만 내고 “술값을 못 주겠다”며 주점을 나가려 했다.
주점 운영자 B 씨가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심해졌고 격분한 A 씨는 B 씨와 옆에서 자신을 말리던 C 씨를 폭행했다.
재판에서는 강도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A 씨는 “B 씨가 말다툼 과정에서 팔이나 몸통을 툭툭 치는 등의 행위가 계속되자 격분해 폭행한 것일 뿐 술값 지급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피고인은 술값 지급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술값 지급 요구를 무력화했다”며 강도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6개월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폭행할 당시 술값 채무를 면탈하려는 불법이득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는 바닥에 쓰러져 저항이 불가능했으므로 피고인이 술값 채무를 면탈할 의사가 있었다면 그때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런데도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점 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지급하지 않은 술값이 큰 금액은 아니며 피고인은 일용직 근로자로 소득이 있었고, 사건 당일 주점에 오기 전 다른 노래방, 주점 등에서 수회에 걸쳐 별다른 문제 없이 술값을 결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