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 반도체 성공을 위한 산업보안 전략

입력 2021-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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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산업 활용 분야가 넓고 파급 효과가 커서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반도체는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들은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분류해 국가안보 문제로 보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국 중심 반도체 기술과 제조 기반 확보를 위한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20여 년간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산업의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후발주자로서 투자가 미흡해 점유율이 2%에 불과하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 전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K-반도체 전략’으로 종합 반도체 강국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 기능을 제공하고, 시스템 반도체는 연산과 제어 등의 정보처리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 폰을 예로 들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통신 칩, 센서 칩 등이 시스템 반도체에 해당한다.

시스템 반도체에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회로 설계와 검증 기술이 필수적이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고도의 회로 설계 및 집적 기술 능력이 요구된다.

반도체 설계 기술은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한 최첨단 기술에 해당하여 지적 자산을 축적하고 연구·개발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국내 D램 반도체 핵심 엔지니어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의 디스플레이 반도체나 전력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 합병하여 단기간에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내부인에 의한 반도체 설계 기술 유출과 기술이전 및 수출에 의한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설계 기술은 설계 문서, 코드, 레이아웃이 디지털 파일로 관리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이버 해킹 및 지능형 지속 위협 때문에 유출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정부는 산업기술보호지침 제정안과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함으로써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을 강화했다. 국가핵심기술이란 해외로 유출될 때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관리하고 있는 기관은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기서 보호조치란 출입허가, 기술보호등급 부여, 보안관리규정 제정, 보호구역 설정, 전문인력 이직관리, 관리책임자 및 보안전담인력 지정, 통신시설 및 통신수단 보안, 정보처리과정 및 결과자료 보호, 전문인력 보안교육·관리, 기술유출 사고 대응체계 구축이 포함된다.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경우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규제가 신기술 혁신과 성장을 방해하므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 번의 기술 유출이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므로 이와 같은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산업기술보호지침 제정은 국가 경제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봐야 한다. 규제 개선이 보안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망 분리 보안 인프라를 도입, 반도체 설계기술 연구개발 단말과 네트워크 연결 단말을 철저하게 분리·관리해야 한다. 또 보안관리 점검 기준과 항목을 마련해 관리적, 기술적, 물리적 보안에 대한 정기적 실사와 조언을 받아야 한다.

경쟁사에 노출되면 안 되는 기술 노하우는 특허 출원 대신 영업기밀로 공개하지 않는 블랙박스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연구원들이 전체 기술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모듈별로 개발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더불어 핵심 인력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 단계에 따라 차별화된 성과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산업단지는 대규모 반도체 인프라를 조성하고 화려한 청사진을 그린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K-반도체 전략이 성공하려면 반도체 핵심 기술과 인력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K-반도체 맞춤형 산업보안 전략 및 전문 인력 양성과 전담 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다.

- 이 글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및 (사)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공동기획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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