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유행에 올해도 기금 고갈 가능성 커져
“제도 개선보다 보험료 인상으로 적자 보전 의구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고용 충격 심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올해도 지출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이하 기금) 고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올해 상반기까지 정부가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해 마련하겠다 던 기금 재정건전화 방안 발표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현재 기금 지출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기금 의무지출 사항인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에서 잘 드러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액은 올해 2~6월 5개월 연속 1조 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 올해 상반기 실업급여 지급액은 6조4843억 원(반기 기준 역대 최대)이다. 올해 실업급여 지출예산(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인 11조3000억 원 중 57%가 소요된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달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조 원 지급 기조 지속 속에 4차 대유행에 따른 고용 충격으로 실업자가 늘어날 경우 실업급여 지출 예산이 모두 소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에 또 다른 의무지출 사항인 고용유지지원금과 이달부터 기금을 통해 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청년채용특별장려금까지 더하면 기금 적립금 고갈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폭증으로 기금 적립금이 고갈됐지만 정부가 추경으로 편성한 6조2000억여 원과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금)에서 빌려온 예수금(4조7000억 원)을 투입해 기금 부족분을 메워줬다. 그 덕분에 작년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이 7조 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부는 기금 지출 확대에 따른 적립금 고갈 방지를 위해 올해 2차 추경 편성을 통해 기금 부족분을 보전해줄 계획이다. 작년처럼 국민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얘기다. 공자금에서 수조 원의 예수금을 또다시 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예수금은 향후 기금에서 갚아야 하는 돈이다.
문제는 추경 편성 등에 앞서 정부가 불필요한 기금 지출 사업을 정리해 기금 과다 지출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올해 2월 ‘2021년 고용부 업무계획’ 발표에서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해 기금 사업 중 일부 사업에 대해 지출 목적 여부를 따져 일반회계(본예산)로 이관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 방안을 상반기 중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깜깜무소식이다. 고용부는 노사 간 이견 등의 이유를 들어 내달 중에는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기금 지출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을 간과하고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재정건전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기보다 고용보험료 인상을 통해 기금 적자를 메우려고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기금에서 시행할 필요가 없는 사업들을 원점 재검토하는 등 하루빨리 기금 건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