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상폐부터 원화 입금 중지까지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의 ‘물갈이’가 시작되고 있다.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신고 의무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원화 입금이 막히거나 상장 코인의 거래대금이 모두 ‘0’을 찍는 등 일부 중소 거래소의 폐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에서 코인 상장 폐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기준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이 '0'에 수렴하기도 했다.
보라비트의 경우 25일 오전 10시 기준 비트코인 거래가 일절 이뤄지지 않고 있다. 24일 오후 6시 기준 전체 시장에 상장한 코인의 24시간 거래대금이 모조리 '0'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빗이엑스와 텐앤텐의 25일 10시 기준 24시간 거래대금은 각각 15억 원, 4억 원 수준이다. 아이빗이엑스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를 제외한 나머지 가상자산의 거래대금이 ‘0’을 기록했다. 대장주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텐앤텐 또한 이더리움,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거래는 거의 없었다.
보라비트와 아이빗이엑스, 텐엔텐 거래소 모두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들이다. 개정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ISMS 인증을 획득하고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경우 금융위에 거래소 등록 신고를 할 수 있다.
같은 시각 거래소 코인앤코인의 24시간 거래대금 역시 '0'이다. 코인앤코인도 특금법이 정한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곳이다.
더욱이 코인앤코인은 거래소 화면도 불안정한 상태다. 정부 지침에 따라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적용하느라 거래소 화면이 깜빡이거나 이미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코인앤코인 측은 "거래소 서비스 이용에는 지장이 없다. 고객센터로 문의해달라"고 밝혔지만, 고객센터는 수 분간 전화를 들고 있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최근 한밤 무더기 상장 폐지에 이어 뚜렷한 설명 없이 고객의 원화 입금을 막아버린 거래소도 있다.
거래소 체인엑스는 이달 16일 밤 11시 코인 57종의 상장을 먼저 폐지하고는 16분 뒤에야 이 사실을 공지했다.
직후에는 '원화 입금 중지 및 원화 출금에 대한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공지 시점 이후로 원화의 입금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입금 중지 기간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전체 코인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원화 입금을 막아버린다는 것은 사실상 문을 닫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중소 거래소들 사이에서 코인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 또한 잇따르고 있다.
거래소 에이프로빗은 지난달 코인 11종의 상장 폐지를 결정한 뒤 이달 16일 코인 3종을 상장 폐지했다. 이달 21일에는 코인 1종을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30일까지 상장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 결과 25일 기준 에이프로빗 원화 시장에 남은 코인은 16종으로 줄었다.
거래소 포블게이트는 6월 한 달간 코인 31종을 상장 폐지한 데 이어 이달 21일까지 코인 21종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현재 포블게이트 원화 시장에 남은 코인은 100종이 넘는다. 업계는 향후 추가 상장 폐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거래소는 상장 폐지나 유의 종목 지정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결정한 일상적인 절차라고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특금법 시행과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8일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한 코인의 수 또한 평가지표에 포함된다. 거래소가 취급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수가 많을수록 위험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업비트 또한 지난달 11일 코인 25개를 유의 종목으로 기습 지정,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당시 업비트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평가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며 “상장폐지 기준이나 과정에 대해 공개는 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