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법원 경고에도 '신규전세 상한제' 꺼낸 여당

입력 2021-07-27 17:30수정 2021-07-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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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계약 가격 인상 제동
재산권 침해·전세공급 품귀 가속화 우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택 임대차시장 규제를 신규 계약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새로 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시장에선 재산권 침해는 물론 민간 임대주택 공급 감소로 전월셋값 급등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앞으로 1년 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들의 계약이 다시 만료된다"며 "그 전에 신규 계약 시 임대료 책정 권한이 건물주에게 집중된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개정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1년간 법의 취지와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는지 점검해 보완 입법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새 임대차법 보완 '군불 떼기'에 나선 건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돼가도 전세난이 여전해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기존 세입자 보호는 강화됐지만 신규 세입자 상황은 반대다. 최장 4년 간 임대수익이 제약된다는 생각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리면서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 계약 갱신을 택하는 기존 세입자가 늘면서 전월세 물량도 줄었다.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제
기존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최장 2년 간 임대차 계약 갱신을 보장하는 제도.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제도.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여당은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신규 계약에도 표준임대료제(시·도지사가 정한 표준임대료에서 일정 범위를 넘어 임대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제도) 도입, 전월세상한제 소급(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 세입자를 받았을 때도 기존 임대료에 연동해 증액 상한률을 적용하는 제도), 계약 갱신 기간·횟수 확대 등이 거론된다. 이 중 표준임대료제는 윤 원내대표가 직접 관련 법을 발의한 바 있다.

신규 계약 규제가 전셋값을 안정시킬지는 미지수이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격을 누르면 물량이 줄어든다는 경제 원리에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신규 계약에도 임대료 규제를 가하면 집주인들은 전세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고 이는 결국 세입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 임대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해 전월세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임대료가 표준임대료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한 독일은 이 부작용을 보여주는 선례다. 독일 부동산 회사 구스만에 따르면 베를린의 신규 임대주택 수는 임대료 규제가 도입된 2015년 8만380가구였으나 지난해엔 5만1750가구로 줄었다.

정부나 법원도 신규 계약 임대료까지 규제하는 데 신중하다. 법원행정처는 "표준임대료나 증액 상한률을 적용한 임대료가 해당 주택에 대한 임대료 시세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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